스트리트H 1월호 기사 후기
홍대 앞 동네 잡지 스트리트H의 '데이터로 보는 홍대 앞'에 기고한 '카페는 사라지고 인형 뽑기는 늘고'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매달 남깁니다.
상수동 카페 블레이드가 예고도 없이 문을 닫았다. 3년 전부터 자주 찾던 카페가 사라지니 아쉽기만 하다. 처음엔 요즘 관심 있게 공부하고 있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했다. 요즘 이 동네의 비싼 임대료는 유명하니깐. 한편으로는 곧 이 자리는 어떤 업종이 채워질까 궁금해졌다.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오픈 준비를 서두르면, 봄이면 무슨 가게든 새롭게 시작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연말을 보내고 왔더니 마법같이 그곳은 채워져 있었다. 바로 불황형 업종의 대표라는 '인형뽑기방'이 들어왔다. 커피향 가득한 그곳에..
결국 스트리트H 1월호 '데이터로 보는 홍대 앞' 주제는 홍대 상권과 인형뽑기방을 살펴보기로 했다. 도대체 홍대 앞 상권은 2016년부터 어떻게 변했고 왜 인형뽑기방과 같은 불황형 업종들이 문화자본이 가득한 홍대앞을 점령하기 시작했는지 말이다. 한편으론 염려되는 건 홍대앞의 젠트리피케이션의 확장과 같은 경로로 연남동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홍대앞 젠트리피케이션은 서교동에서 상수동 그리고 연남동으로 이어졌는데 인형뽑기방 위치정보를 보면 이 역시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거 보단 데이터로 보는 게 낫겠다 싶었다
우선은 기존 언론에서 인형뽑기방을 다룬 기사들을 좀 살펴봤다. 연말부터 다수의 언론에서 인형뽑기방을 다뤘는데 이상한 부분이 있다. 바로 뽑기방이 전국에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11월 기준 500곳라고 한다. (심지어 한국경제 TV와 연합뉴스는 문장이 똑같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21곳에 불과했던 인형 뽑기방은 2016년 8월 147곳으로 늘었고, 2016년 11월 현재 500곳이 넘는다. (한국경제TV, 2017. 1. 4)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5년 21곳에 불과했던 인형 뽑기방은 2016년 8월 147곳으로 늘었고, 2016년 11월 현재 500곳이 넘는다. (연합뉴스, 2017. 1. 4)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전국 500여 곳의 '뽑기방'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한 144곳의 크레인 게임물 업소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 위반 업소 101곳을 적발했다. (중앙일보, 2016. 12. 30)
게임물 관리위원회는 지난해 5월, 33개에 불과하던 인형뽑기방은 5개월 만인 11월에 500개로 폭증했다고 밝혔는데요 (SBS, 2017. 1. 11)
게임물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며칠 만에 데이터를 받았다. (2014년 1월 1일 - 2017년 1월 16일) 연말과 달리 새롭게 생긴 곳들을 반영해서 그런지 전국의 인형뽑기방은 896여 곳이었다. 인허가 일자를 정제해서 시각화해보니 아래와 같다. 확실히 2016년에 증가폭이 크다. 뽑기방 현황 데이터는 이렇게 활용하려고 했으나 마포구를 필터링해보는 순간 데이터가 의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마포구 뽑기방은 고작 3곳뿐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전국에 인형뽑기방이 896 개란 게 좀 이상하긴 하다.
그 데이터는 확실히 잘못된 게 맞고 언론에선 게임물관리위원회 통계를 인용해서 기사화했는데 정리하자면 전부 사실에 맞지 않는 통계를 사용했다. 담당자와 통화해보니 집계 소관에서 문화체육관광부와 겹치는 게 있는데 행정상 한 곳에서 모두 집계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결국은 마포구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고 다행히 최근까지 잘 집계된 인형뽑기방 현황 총 16곳(등록일자 기준)의 데이터를 받을 수 있었다. 그중 서교동, 상수동으로 추렸다.
그렇다면 왜 카페 블레이드는 상수동을 떠났을까? 뜨는 동네인 상수동의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서? 그렇다면 뽑기방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건가? 소상공인 진흥공단에서 제공하는 업종 현황 통계를 보면 서교동 카페는 2016년 6월 714개에서 12월엔 433개로 급격히 줄었다. 상수동의 행정동인 서강동과 합정동 또한 마찬가지다. 담당 공무원에게 확인 문의를 해봐도 데이터 상으론 문제가 없다고 한다. 카페 업종뿐만 아니라 주점도 별반 다르진 않았다. 홍대앞 인형뽑기방들의 경우는 대부분 15평 이상 중형 점포라고 부를 수 있는 곳에 채워졌다. (상수동쪽은 소형이긴 하다) 한국감정원 지역별 공실률 데이터를 보면 홍대 합정 상권의 중형 점포 공실률은 2016년 3/4분기에 처음으로 12%를 넘었다. 반대로 소형점포의 공실률은 지난해부터 계속 줄어들어 4/4분기에 2.2%까지 내려갔다. 기존 건물의 재건축으로 소형 상가 자체가 많이 줄고 있다고도 한다. 아무튼 중형 점포의 높아진 임대료와 운영비 그리고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서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는데 뽑기 방은 임대료 외에는 크게 들어가는 지출이 없어서 충분히 중형 점포로 들어올 수 있다고 하며 그나마 떠나는 소형점포에도 인형뽑기방이 들어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기존의 홍대 앞 상권이 무너지고 불황형 업종이 들어오는 현상을 데이터로 말하고 싶었다. 홍대 토박이는 아니지만 대학생 시절에 인디밴드 공연을 종종 찾았었던 곳이고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한 곳도 여기기 때문인지 이 동네가 변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씁쓸하긴 하다. 상수역 1번 출구 뒤쪽의 집들이 신축 건물로 바뀌면서 젠트리피케이션화가 진행된 지 얼마 됐다고 그 틈새를 이렇게 불황형 업종들이 들어오는지...
아래 차트는 2015년 1월부터 201년 12월까지의 2호선 홍대입구역과 6호선 상수역 하차 승객 추이를 말한다.
차트 중간에 있는 검은 실선은 추세선인데, 즉 두 역에서 내리는 승객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전히 홍대 앞은 많이들 찾는다. 홍대 앞은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홍대 앞에 문화자본이란 건 아직 있는 걸까?
참고 데이터
1. 마포구청 정보공개청구 '인형뽑기현황'
2. 한국감정원 상권별 데이터 '합정홍대' 지역 추출
3. 서울열린데이터광장 '서울시 지하철 호선별 역별 승하차 인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