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일의 과거가 된다.
나는 27살에 여권을 처음 만들었다. 여권을 만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21살 친구가 보라카이를 함께 가자던 기회를 내 발로 걷어찼다. 해외를 다녀와본 지금 생각으로는 정말 후회할 행동이었지만, 그때의 나로서는 가장 현명한 선택을 했었다고 생각을 한다.
대학교 2학년 1학기 1학년 내내 받았던 장학금을 받지 못했고, 처음으로 학비를 직접 충당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1학년 2학기를 마무리하기 무섭게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바로 집 근처의 포차로 일자리를 구했다. 처음 해보는 알바는 아니었지만, 목적성이 달랐던 알바였기 때문에 느낌이 또 새로웠다.
2학년 1학기까지 1개월 남았던 때, 친구들이 해외로 많이들 나갔다. 그 당시 나는 여행에 가서 순간적으로 소비하는 것들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여행 가는 돈으로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 대학교 학비도 충당할 수 있었고, 원하는 옷도 몇 벌 살 수 있었고, 맛있는 음식, 술도 잔뜩 먹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빚 없이 생활을 하는 것이 그때는 너무도 중요했다. 그래서 나는 보라카이를 함께 가자는 친구의 기회를 걷어찼다.
그때 그 친구를 만나면 아직도 이 주제는 술자리에 한 번은 나온다. "그때 내가 너한테 가자고 했었지?"라고 말이다. 이런 친구의 물음에 나는 항상 같은 대답을 한다. "나는 진짜 그때 보라카이 안 따라갔던 걸 진짜 후회한다.".
여권을 처음 만들고 해외를 처음 나가보니 쓰는 돈이 문제가 아니고, 가서 얻은 경험들이 너무 값졌다. 가까운 일본을 선택해서 갔었는데, 다른 땅에서 나와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너무도 신기했다. 길거리에 다니는 택시, 가는 길마다 보이는 건물들 내게는 모든 게 신기해 보였다. 정말 내가 꽉 막혀 있었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까지 두려워서 이런 기회를 걷어찼을까. 지금은 그때와는 반대로 금전적인 여유는 생겼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얼마 살지 않았지만, 내가 가장 후회하는 순간은 21살 여권을 만들지 못하고, 해외로 나가지 못했던 나의 어리석음이다. 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다시 돌아가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그러니 이미 지나간 날을 후회하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날을 기대하며 열심히 살아가야겠다.
"지나가는 오늘 이 순간을 후회되는 과거로 만들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