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의 첫 산책
앵무새 산책은 매우 조심해야 하는 일이다. 우리 주변에 늘 있는 길고양이와 까치가 항상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앵무새는 겁이 많아서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 그대로 날아가 버리기도 한다. 앵무새 시장이 커진 요즘에는 산책 시 앵무새의 안전을 위해 발목링과 하네스 등을 이용한다는데 루를 키우던 당시에는 그런 것들이 없었다. 아래의 글은 루와의 첫 산책을 기록했는데 나의 무지에서 나온 여러가지 잘못 또한 그대로 적혀있다.
루와 함께 한 첫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다. 차가운 공기가 서서히 따뜻해지고 거실로 들어오는 햇살이 어느새 덥게 느껴지던 날이었다. 그날도 루는 밖에서 들려오는 까치인 듯한 새의 소리에 시끄럽게 대답하고 있었다.
“루야, 까치한테 대답하지 마. 쟤 지금 너 속이는 거야.”
실제로 까치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아니 애초에 까치가 말을 하는 대상이 루인지 다른 새인지도 모르면서-아마도 까치는 저들끼리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 것이다- 행여 루가 까치와 친해지고 싶어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내 걱정과 만류에도 루는 매일 방충망 가까이 다가가 까치와 서로 삑삑거리기 바빴다.
그 모습이 유난히 짠하게 느껴졌던 건 아마도 그날의 맑은 하늘 때문이었을 것이다.
“루야 밖에 나가고 싶어? 엄마랑 같이 산책 갈까?”
말을 알아듣는 건지 아니면 내 톤이 “우리 루 ~ 먹고 싶어?”와 같아서인지 루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나를 바라봤다. 당장에라도 내뱉은 말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 우리 루랑 엄마랑 산책 가자.”
작은 이동장을 이용할까 하다가 뭐, 바로 앞에 잠시 나가는 건데 싶어 두 손으로 루를 감쌌다.
밖은 알맞게 물든 초록색의 나뭇잎들이 한창이었고 그 아래에 붉은 철쭉꽃이 밭을 이루듯 무리지어 피어있었다. 나는 루가 눈높이에서 철쭉을 볼 수 있도록 쪼그려 앉았다. 루는 낯선 주변을 구경하는 듯 고개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루야 이건 꽃이야. 철쭉꽃. 예쁘지?”
나는 철쭉꽃밭의 울타리 역할을 하는 돌 위에 조심히 루를 내렸다. 루는 처음엔 겁먹은 듯 가만히 있더니 조심히 부리로 철쭉 나뭇가지를 건드렸다. 그러다 날 한번 쳐다보고 조금은 과감하게 나뭇가지를 건드렸다. 나뭇잎을 건드리려고 할 때 루를 손으로 감싸 올렸다.
“저 잎이 너에게 괜찮은지 아닌지 엄마가 몰라. 조심하자.”
그날, 루와 함께 아파트 여기저기를 다녔다. 나무도 구경하고 꽃도 풀도 구경하고 놀이터에 앉아 아이들 노는 것도 구경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날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하늘을 바라보던 루의 모습이다. 내 손 안에서 머리만 움직여 여기저기 보다가 유난히도 맑고 파랗던 하늘에 시선을 고정하던 루의 모습에 뭔지 모를 미안함도 짠함도 들었었다. 그리고 그날의 산책으로 훗날 어떤 일이 발생할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루와의 첫 산책을 마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