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간 사람들 _ 메추리 엄마
그녀는 감정이 올라오면 눈에 힘을 주면서 위를 쳐다보곤 했다. 그럴때면 그녀의 지방기 없는 눈꺼풀에 가느다란 주름이 지면서 서글서글한 눈매가 유독 피곤해 보였다.
“얼마전에 배에서 복수를 뺐어요. 사진 보실래요?”
그녀는 휴대폰을 열어 앨범을 뒤적이더니 사진 한 장을 나에게 내밀었다. 주사기 세 개에 가득차 있는 노란 액체. 그녀가 키우고 있는 메추리의 배에서 꺼낸 물이었다.
"세상에. 이 작은 몸에 이렇게나 많은 복수가 차있었던 거에요?"
"네."
"아이고 얼마나 아팠을까. 아가야 건강해야지."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녀의 품에 꼭 안겨있는 메추리의 등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내렸다.
나는 그녀를 한달 전에 이곳 동물병원에서 만났다. 내 앵무새 찌찌와 파래가 재채기를 해서 병원에 데려왔었는데 그날 그녀는 내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자그마한 새를 안고 대기하고 있었다. 가늘고 긴 다리, 황토빛 깃털, 작은 머리. 앵무새가 아닌 건 확실했고 처음 보는 새였다. 나는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얘는 무슨 새예요?"
그녀는 메추리라고 대답했다.
"메추리요? 그러니까..."
"네. 메추리알 그 메추리예요."
마트에서 메추리알은 늘 보며 살았지만 메추리 새는 처음 보았다. 그래, 알이 있으면 그 알을 낳는 새도 있기 마련이지.
"사람들은 저에게 미쳤다고 해요. 제가 얘를 8천원에 데려왔거든요. 근데 지금까지 병원비로 수백만원이 들었어요. 하지만요, 전 수백 아니라 수천이 든다해도 얘를 살리고 싶어요."
그녀는 마음 속에 쌓인 서러움을 한꺼번에 풀어놓는 듯했다. 자그마한 새를 데리고 병원에 온 사람끼리 서로 마음을 알아줄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리라.
"그쵸!"
나는 그녀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듯 강하게 동의했다.
그녀의 메추리는 일주일에 삼일을 병원을 다니며 레이저 치료를 받고 복수를 빼기도 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완치가 목적이 아닌 생명의 연장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짧은 순간, 그게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그 판단은 내 몫이 아니었다.
그녀가 계속 얘기를 이어가려던 찰나 간호사가 메추리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급하게 진료실로 들어갔고 그렇게 우리의 짧은 첫 만남이 끝이 났다.
"한달동안 계속 병원에 다니셨던거예요?"
"네. 지금 직장도 그만뒀어요. 얘를 두고 일을 하러 나갈 수가 없더라구요."
"아이는 조금 차도가 있어요?"
"그런 것도 같고..."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그래, 그저 생명 연장이 목적이었지.
"좋아질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요. 엄마가 이렇게나 정성인데 좋아질 수밖에 없어요."
나는 마치 대화를 정리하듯 희망섞인 말을 했다. 그녀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날도 간호사의 부름에 우리의 짧은 대화가 끊겼다. 그리고 그 이후의 만남은 없었다.
가끔 바람처럼 그녀와 그녀의 메추리가 생각나곤 한다. 부디, 그들에게 기적이 함께 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