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서 내던 날
오늘 사직서를 냈다.
22년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기로 했다.
내 생애 첫 직장이자 현재까지 내 유일한 직장인 이곳에서 처음 퇴직하는 건 아니다. 두 번째 퇴직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지금의 직장에서 만 20년을 채우기 두 달 전 사직서를 냈다. 그리고 다음 날 정규직에서 계약직 신분으로 바뀌어 재입사했다. 그리고 내년 4월 만 2년을 꽉 채우면 예정된 퇴직 절차가 자연스럽게 진행된다. 가만히 있어도 나는 퇴직 절차를 밟게 되어있다.
그런데 4개월을 앞두고 이른 사직서를 냈다.
현재 직장에서 보장하는 4개월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했다. 직속 인사권자에게 퇴직 예정이라고 미리 말씀드리기 위해 면담을 신청했다.
'퇴직을 만류하면 어떻게 하지?'
걱정했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상위권자에게 보고해야 하니 빨리 퇴직절차를 알아보고 메일을 보내라고 했다. 얼떨결에, 미처 진지하게 생각지도 않았던 퇴직 예정일자까지 생각나는 대로 정해서 메일을 발송했다. 퇴근 10분 전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인사부에 퇴직을 통보했다.
그리고 퇴근을 했다.
퇴근길 내내 기분이 이상하다. 뭔가 서운한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하다.
나의 퇴직 사실에 대해 엄청 충격받을 거라 생각했던 직속 상사의 반응에 서운했던 것 같기도 하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퇴직하는 거라 슬픔이 끼어들 여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너무나도 쿨한 직속 상사의 반응 때문에 서운해서 슬픈 건지.. 그래도 22년 간 몸담았던, 나의 청춘을 바쳤던 직장에서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퇴직을 하게 되어 슬픈 건지.. 모르겠다. 몰라서 그런지 사직서를 낸 이후 지금까지 내내 기분이 이상하다.
오늘 사직서를 냈다.
2023.11.30 사직서 내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