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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스트걸 Jun 02. 2020

자가격리시대의 수제막걸리 담그기

미국 코로나 록다운 기간에 빚은 막걸리 황금 레서피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국에서만 심각한 사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 미국에도 드디어 올 것이 온 모양새다.

3월 둘째주 갑자기 미네소타주 뉴스에서 코비드19 이야기가 들끊기 시작하더니 불안감은 하루 만에 일상을 덮쳤다. 아이 어린이집 등원날인 16일 월요일. 평소 18명이던 원생이 3분의 1로 줄었다. 화요일, 수요일 하루하루 지날수록 마치 최후의 1인은 누가 될 것인지 눈치보듯, 나오던 아이들이 하나 둘 그마저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 우리도 3월 18일 수요일. 아이를 더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

우리 부부는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너무 무지했던 것인가, 아니면 안일했던 것인가.

거의 '마지막 차'를 잡아 탄 듯,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을 당분간 보류할 의사를 밝히고 난 뒤, 어린이집도 운영을 잠정적으로 폐쇄하고 긴 잠언의 시간에 들어갔다.


미네소타 주, 나아가 미국 전체의 '셧다운lockdown'이 시작된 셈이다.



3월 마지막날 담근 첫 막걸리. 아스파탐 첨가하지 않았는데도 새콤 달달! 마침 배추 한 포기 사 와 부침개와 시음.



3월 31일.

코로나 자가격리 2주차에 접어들자 '코로나블루'라는 우울증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너무도 단조로운 삶, 하루면 수백명씩 늘어가는 확진자 그래프를 보며 이 감옥 같은 삶이 영영 끝날것 같지 않았달까. 어지러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요리를 해야만 했다. 찹쌀을 수십번 물로 씻고 또 씻는동안 어지러운 마음도 걸러지고 맑게 정재되는 느낌이다. 어느 순간 찹쌀 알갱이들과 혼연일체되고있는 내 손동작... 뿌예지면 다시 버리고 물을 받아 찹쌀을 씻고 또 씻기를 자그마치 백여 차례.


그렇게 인생의 첫 술을 만들어간다.




=== 찹쌀막걸리 심플레서피 ===

여러 블로그를 검색해봤는데 막걸리는 비주얼이 비슷하고 정작 맛에 대한 신빙이 없어서

내가 두 차례 만들어보고 정리한 황금레서피는 다음과 같다.

개인적으로 원두는 콜롬비아 또는 브라질/ 와인은 쇼비뇽블랑 또는 샤도네이처럼 너무 강하거나 달기보다는

중간 바디의 드라이하고 깔끔한 맛의 주류를 선호하는 편


* 재료 : 찹쌀 1kg/ 생수(패트물 사용)/ 누룩 170g/ 이스트 1/2티숟가락


1. 찹쌀 1kg을 큰 통에 담아 뽀얀 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씻어낸다

2. 찹쌀을 최소 2~3시간/ 길게는 하룻밤 정도 물에 불려놓은 뒤 체망에 걸러 물기를 뺀다

3. 불려서 말린 찹쌀을 면보자기에 넣고 끓여 고두밥을 만든다 (약 40-50분이면 찹쌀이 쫄깃한 고두밥이 됌)

4. 고두밥을 한감 식한 뒤, 누룩 170g을 믹서기에 넣고 가루처럼 잘게 간다

5. 누룩 가루와 이스트 1/2 티스푼을 고두밥에 뿌린 뒤 20분 정도 손으로 치대 잘 섞이도록 한다

6. 치댄 누룩을 소독한 통에 넣고 생수 2L를 부어 자박자박 잠길 정도로 둔다. 면보를 씌워 서늘한 곳에 보관

7. 아침/저녁 하루 2회 잘 섞이도록 저어준다

8. 3~4일 되는 날 면보에 걸러 막걸리를 냉장고에서 보관해 맛을 조절해 마신다



3일째 되는 날 왼쪽처럼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살짝 맛을 체크해봤더니 달달신맛이 영락없는 막걸리. 3일째 밤 오른쪽 사진처럼 채망에 거르고, 리넨 보자기에 넣어 맑은 막걸리를 걸러냈다. 3~4일을 넘기면 찹쌀누룩이 너무 푹 상해버려서 텁텁하고 무거운 맛이 남. 게다가 여름에는 자칫 막걸리가 상온에서 쉬어버리니, 3~4일 안으로 채에 걸러 이후부터는 냉장고에 보관해 물이나 탄산수를 희석해 맛을 디자인하길 권한다.


6세 아이가 직접 적어준 수제 레이블.


"엄마, 막걸리를 어떻게 쓰는거야?"

막걸리 레이블을 적어 붙여달라는 6세 아들이 혼자 끙끙대며 고민 끝에 적어 준 레이블.

자기 이름을 따서 유주 막얼리란다 ㅎㅎ


술이 익어가는 하루 하루, 찹쌀이 익어가며 은은하게 취해가는 집에서 하루 종일 방콕하다보면

코로나의 시대 울적한 기분을 조금은 털어버리기도 했다.

술이 익어가는 동안 기다리는 재미도 있고, 막걸리가 완성되면 며칠 간 두고 마시는 기쁨도 있고...

코로나 시대 직접 만드는 기쁨을 사소한 일상에서 느껴보시길.

한번 만들어 먹으면 사먹는 막걸리 못 마신다는 지인의 말처럼, 우리 가족은 한 달에 한번 꼴로 계속 막걸리를 담그고 있다 ^^


How to make Makgeolli | Korean rice wine simple recipe | 비오는 날 파전 & 수제막걸리 -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550kSSEk2n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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