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디자인 & 건축 브랜드의 무료 아트 크래프트 도안
여전히 미국 대부분의 학교가 휴교령을 고수 중이지만, 어린이집preschool은 에센셜 기관으로 분류돼 정상적으로 운영 중이다. 코로나 공포가 미국에 상륙한 직후, 우리 가족은 9주, 그러니까 60일이 넘는 시간을 온전히 집안에서만 보내야 했다. 호기심과 에너지가 넘치는 만 5세 아이와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낸다는 건 대충 간식 챙겨주고, 만화 서너편 보여주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곧 깨달았다.
그렇다면, 도대체 뭘 하고 놀아야 하나?
이 물음에서 나는 종종 길을 잃곤 했다.
아이를 위해 가나다라마바사, 아에이오우 한글과 포닉스를 가르칠 것인가?
하루 종일 동화책을 읽어주기에 내 성대는 급격히 말라갔다.
미국 부모들을 위한 포털 패런츠닷컴(www.parents.com)은 '행복한 아이를 키우는 7가지 비법(7 Secrets to Raising a Happy Child)'으로 다음을 언급한다. "아이가 행복하려거든 엄마가 행복한 것을 하는 태도 또한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아이와 학습하는 일, 이를테면 뭔가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을 포기하고, 나 또한 신나게 뛰어들 수 있는 일을 우선순위에 두기로 했다. 한글공부는 참을성과 인내가 많은 아빠에게 맡기고, 이를테면 요리와 미술놀이 같은 것을 나의 영역 아래 놓는 식으로 말이다. 즉각적인 아웃풋이 나오지 않으면 어느 순간 나도모르게 아이를 채근하고 있는 내게 '엄마도 진짜 놀이로 시작해 놀이로 끝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필요했다. 그것은 아이가 중도에 집중력을 잃고 다른 곁가지로 빠지더라도 엄마가 끝까지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엄마의 집중력에 아이는 종종 흥미를 잃더라도 다른 놀이 끝에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미술관에서 그림 보고 디자인 카페나 뮤지엄에서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 콜렉션 보는 걸, 그저 아무 이유없이 동경하는 이 디자인 편애주의 엄마는 대번에 포스터 앤 파트너스가 제공하는 무료 홈스쿨링 도안을 출력해 따라해보기로 했다. 아이는 일단 종이를 자르고 채색하고, 집에 창문도 내고 사람도 그린다니 꽤나 신이 난 모양이다. 시작은 제법 야심찼다. 저 위의 이미지를 보면, 노만 포스터 경처럼 만드는 순간 만큼은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건축가가 된 듯한 기분일테니까.
하지만, 역시나 나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계의 마에스터가 아니었다. 아니, 사실 포스터 앤 파트너스에서 제작한 이 도면은 그 크기가 생각보다 너무 작다. 인쇄 종이도 일반 서류지 대신 접었을 때 구조물이 지탱할 수 있는 두께감 있는 도화지 정도는 사용할 것을 권한다. 집 짓고, 구조물 쌓아 올리고, 채색하고 사람들 그려 빌리지를 만드는 데 열심인 아이들은 꽤 많을 것인데... 애석하게도 A4 서류지를 사용한 엄마는 아이 대신 가위지를 하느라 열정을 탕진하고 말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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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시도해본 홈스쿨링 미술놀이는 미국의 유명 파티용품사이트 메리메리MeriMeri가 제공하는 무료 종이인형 도안이었다. 한국에서도 아이들 파티 용품 직구를 하는 분들이 있을 만큼 아기자기한 홈메이드 스타일 파티 & 키즈 인테리어 데코 용품이 정말 많은 곳이다. 고맙게도 코로나 락다운 이후 4월/ 5월 매달 1회 종이인형 도안을 꾸준히 올려주고 있는데, 그 동안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컨텐츠로 구성되었다가 6월 1일자로 해적선 놀이가 가능한 파이럿 시리즈 도안이 등장했다.
메리메리의 무료 종이인형 도안은 총 4장. 실제 판매하는 파티 용품을 모티프로 제작한 놀이용 도안이라 아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30분 정도 함께 만들었을까? 계란판을 잘라 배 모형을 잡아주고, 나무젓가락과 실을 연결해 돛과 닻을 달아주었더니 제법 그럴싸한 해적선 한 척이 완성됐다. 여기에 '시계'를 삼킨 피터팬의 악어도 오려 넣어주고, 해적놀이에 빠질 수 없는 해적대장의 애완동물 앵무새와 나침반, 보물함, 지도 등등 유익한 구성들을 모두 잘라 붙여주니 레고 피겨들도 활용해 잘 놀더라는.
예쁜 것, 꼴이 근사한 것을 만드는 데 잠시 시간을 잊고 아이와 함께하다보면 한 두시간이 훌쩍 흘러가있다. 자가격리의 시대, 홈스쿨링이 별건가. 평소 해보고 싶은 것, 좋은 기관들이 이 기회를 빌어 제공하는 무료 소스들을 체험하며 묵묵히 아이와 잠언하는 것 외엔 지금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그리 많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