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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란 Oct 26. 2021

<“힘내”를 대신할 말을 찾았다>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출간소식] 2년간의 브런치 고군분투기


안녕하세요,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김예란입니다. 

드디어 저의 첫 에세이 <“힘내”를 대신할 말을 찾았다>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2019년부터 2년간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묶어 출판사에 투고했고, 운이 좋아 이런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현재 책에 실린 글들은 비공개로 전환되어 브런치에서 확인이 불가합니다). 


실은, 2년간 글을 쓰면서 저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했습니다. ‘어쩌면 나는 여기에 한 포기의 재능도 없는 게 아닐까’ ‘이제라도 글 쓰는 건 그만두고 다른 분야에 집중해야 하나’ ‘나는 왜 아무도 보지 않을 글을 이렇게 열심히 쓰고 있는 걸까’ 매순간 회의와 번민과 좌절감이 물밀 듯 머리에 들어찼습니다. 하지만 작가가 되는 건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저의 오랜 꿈이었고, 글을 쓰는 건 이미 제 일상과 정체성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2년이라는 시간동안 그저 ‘쓰는 행위’ 그 자체에만 집중한 채 묵묵히 글을 발행했습니다.


그러자 좀처럼 늘지 않을 것 같았던 구독자분들도 서서히 늘어가고, 발행한 글들도 차곡차곡 쌓여 어느 새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저를 늘 지지하고 응원해줬던 친구들, 새 글을 발행할 때마다 잊지 않고 기꺼이 ‘좋음의 흔적’을 남겨주셨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 분들 덕에 저는 엄청난 회의감 속에서도 글을 쓰는 걸 멈추지 않을 수 있었어요. 이 자리를 빌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책에는 90년대생으로 태어나 마주한 현실과 애환, 그로부터 이끌어낸 성찰,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지나온 사람이 건넬 수 있는 최선의 위로를 담았습니다. 부디 제가 보고 느꼈던 것들이 당신에게 공감과 위로, 용기의 형태로 닿아 마음 깊이 울림을 주었으면 합니다. 


그럼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우리 모두 이 힘겨운 시대를 씩씩하게 건너갈 수 있기를. 


2021 가을, 예란 씀. 


- 프롤로 그 중 -


하지만 그럼에도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내야 한다. 이 자비 없는 세상에서 양팔을 힘껏 휘두르며 앞을 헤쳐 가야 한다. 언젠가 친구가 해파리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해 준 적이 있다. 해파리는 헤엄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수면을 떠돌며 생활한다고. 헤엄치는 힘이 약하면 수면을 떠돌며 살면 된다고. 죽어 버리는 게 아니라. 

어쩐지 내 얘기 같아 울컥했다. 항상 스스로를 경쟁에 최적화된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성취, 쟁취, 경쟁, 결과, 성과 따위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았다. ‘고성능, 고효율, 다경험자 우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시대에 잘못 떨어진 구식형 인간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죽어 버리는 게 아니라, 바다 아래로 가라앉는 게 아니라, 해파리처럼 수면 위를 떠돌며 살면 된다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지만 그저 물결이 이끄는 대로 몸을 맡기면 된다고.


다만, 이 시대에서 바다 아래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서는 수면 위에 손톱을 단단히 박고 있어야 한다. 하늘로 올라가는 건 꿈도 못 꿀 노릇이고, 그렇다고 이대로 가라앉을 수도 없기에 안간힘을 쓰며 수면 위에 착 달라붙어 있어야 한다. 살아 있으므로, 살아 있기에, 앞으로도 살아내야 하므로 이 알 수 없고 지난한 시대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작지만 확실한 용기와 위로, 희망과 공감이 필요하다. ‘힘내’라는 말 같은 실체 없이 공중에 흩어지고 마는 변변찮은 위로가 아니라, 무작정 괜찮다며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주는 공허한 공감이 아니라, 일상에서 손에 쥘 수 있는 구체적이고 반듯한 양질의 말들. 예를 들어 “힘내”라는 무책임한 말 대신, “오늘 밤 네가 부디 잘 잘 수 있기를 바랄게”라고 말함으로써 일상에서, 관계에서 오는 저마다의 사정으로 매일 밤 잠 못 드는 보통의 우리들이 무탈하고 평온한 밤을 보내기를 빌어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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