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전 브런치 모임에서 행운아임을 자각하다
요즘 바빴다. 뉴욕에 다녀온 이후로 여러 이벤트에 초대 받았다. NFT.NYC 2022에서 만든 인연이 한국에서까지 이어졌다. 뉴욕기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집에 돌아오면 밤이다(그래도 9월 달까지는 완성할 계획이다.)
오늘은 토요일이지만 업계 관계자 분들과 네트워킹 모임을 가졌다. 어제 급작스레 초대 받았는데 흔쾌히 가기로 했다. 모임 이름은 'Women in Web3'다. 블록체인 업계 성비를 따지자면 남성 비율이 훨씬 높다. 다만 언론은 예외다. (내가 알기론) 이쪽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기자는 여성이 많다.
브런치는 오전 11시부터 역삼역 부근에서 진행됐다. 국경 없는(borderless) 산업의 특성 상 글로벌 재원이 하나 둘 씩 모였다. 영어로 대화하는 게 자연스런 분위기였다.
다양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인상적인 부분을 소개하겠다.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블록체인, 웹3 교육을 제공하는 기업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영어로 오고 간 대화라 내가 이해한 대로 의역해 전달하겠다.)
"우린 정말 행운아야!
웹3가 오는 시대에 이 현상을 지켜보면서 참여할 수 있잖아!
예전에 아마존이 등장할 때 우린 아기였어.
이제는 아마존 같은 기업이 나오는 걸 목도할 수 있고,
우리가 그 변화를 주도할 수 있게 됐어.
지금 어린 아이들은 이 흐름에 참여할 수 없지.
그러니까 우린 시대를 잘 타고 났어. 행운아야!"
2019년부터 이쪽 업계를 취재한 입장에서 요즘 업계 모습을 보면 '감개무량'하다. 2019년 6월 메타(구 페이스북)가 리브라 백서를 발표했을 때 충격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는 그것만으로 엄청난 뉴스여서 퇴근하는 버스에서 내려 급하게 기사를 썼다. 2020년 2월 테슬라가 비트코인(BTC) 15억 달러어치를 매입했다고 발표했을 때도 기억한다. 그때는 밤 10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는데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서둘러 기사를 쓰면서 설렜다. 드디어 암호화폐가 주류로 편입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대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하는 건 특별한 뉴스가 아니게 됐다. 웹3.0이란 단어가 부상하면서 이쪽 분야 신사업을 추진하는 게 자연스런 흐름처럼 보인다. 3년 새 크게 성장한 스타트업도 눈에 띈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다.
내가 '우리를 행운아'라고 표현한 그녀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살짝 고민이 됐던 지점은 여기에 있다.
산업은 커지고 있고, 새로운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그 기간 동안 나 역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는가.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이 거대한 흐름에서 기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더 잘 할 수 있을까.
다가오는 주에는 코리아블록체인위크(KBW)가 열린다. KBW 기간에 다양한 사이드 이벤트가 진행되는데 여기에도 적극 참여하려고 한다. '행운아'에 걸맞게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고민의 답을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