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 와서 쓰는 글
한 사람 이야기만 듣고 기사를 쓰지 않는다.
이 경우는 오직 하나다. 중량감 있는 업계 인사의 발언은 그 자체로 기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간 밝혀지지 않았던 진실을 밝힐 땐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
복수의 관계자가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같은 말을 할 때 가슴이 두근거린다.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되도록 정말 열심히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 기자가 사람 만나는 직업이라는 데 500% 동의한다.
다방면에서 팩트 체크가 되면 기사를 쓰기로 마음 먹는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진실을 알았을 땐 조급해지기도 한다. 내가 알았다는 건 다른 누군가에게 금방 알려질 소식이란 의미다.
물론 기사를 쓰겠다고 마음 먹는 것과 실제 기사가 나가는 것은 다르다. 발제한 기사가 킬(kill) 될 수도 있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기사를 쓰기 시작한다. 발품 팔며 쌓아 온 정보를 정리해 나간다.
기사에 소스를 밝힐 수 없을 때가 많다. 취재원을 보호해야 하는 건 기자의 의무다. 데스크는 취재원을 묻지 않는다. 나 역시 보고하지 않는다.
완성된 기사를 다 읽는 데는 1분도 채 안 걸린다. 그러나 기사 글자 하나마다 많은 시간이 녹아 있다.
기사가 나가고 나면 다양한 반응이 쏟아진다. 적응이 될 법도 한데, 아직 어렵다.
나는 업계가 발전하길 바라고, 나 또한 여기에 기여하길 바란다. 내 역할을 제대로 해내며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 오늘 밤은 잠이 안 오지만 그래도 내일은 할 일을 꿋꿋이 해 나가려 한다.
새벽 갬성글은 낮에 보면 부끄러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도 이 시간의 내 마음과 다짐을 기억하기 위해 브런치에 남긴다. (물론 언젠가 빠르게 삭제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