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불문 공통 관심사 ‘블록체인’을 주제로 대화하다
창 밖에는 초록색 풀잎이 가득했다. 바깥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호텔 로비는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조금 전까지 대화를 나눈 필리핀 기업 관계자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인터뷰 말미 그는 가까운 미래에 아내와 꼭 서울을 방문하고 싶다고 했다. 꽃이 만개하는 봄에 오고 싶다고 덧붙였다. 나는 그에게 기꺼이 투어가이드가 되어 주겠다고 말했다. 그와 인사를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써야 할 기사가 남아 있었지만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뗐다. 행복했다.
마닐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다. 이번 여정에서 공식적으로 마지막 인터뷰 일정을 마친 뒤 모습이다.
22년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마닐라에 머물렀다. 제1회 필리핀 블록체인 위크(PBW) 취재 차 방문했는데, 간 김에 필리핀 현지 기업 여럿과도 인터뷰를 진행했다. 예정에는 없었지만 즉석에서 인터뷰가 성사되기도 했다. 행사장을 방문한 NFT.NYC 코 프로듀서(co-producer), 마이애미 NFT 위크 코파운더(Co-Founder)등을 웰컴 나잇에서 만나 다음날 아침에 바로 인터뷰를 했다.
약 4일 동안 다양한 국적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다. 살아온 배경도 다르고, 사용하는 모국어도 달랐지만 웹3, 블록체인, 암호화폐, NFT, P2E 등을 주제로 의견을 교류할 수 있었다. 행사장에서 혼자 점심을 먹다가도 싱가포르, 호주에서 온 관계자들과 대화 물꼬를 텄다. 국경 없는(borderless) 산업답게 테라, 루나 폭락과 FTX 파산 사태에 전 세계 업계 관계자가 영향을 받았다. 부연 설명 없이도 척하면 척 상황에 대한 공감과 함께 관련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색다르고 매력적인 경험이었다. 시야가 확 트였다. 그간 이 표현을 여러 차례 써왔지만 진정한 의미를 몰랐던 것 같다.
필리핀에 있던 시기에 국내는 위믹스(WEMIX)와 닥사(DAXA) 간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뉴욕 취재할 때도 느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해외 분위기와 국내 기사 간 괴리감이 있었다.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이 모여 있는 곳에 가서, 그들과 대화를 나눴으니 확증편향이 강화된 것일 수도 있다. (이 점은 늘 경계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주목할 만한 지점은, 전 세계 유능한 인재들이 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뛰어들며 무언가를 해보려고 한다는 점이다.
(관련 생각을 칼럼으로 정리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www.decenter.kr/NewsView/26EU4858A7/GZ05 )
뉴욕기와는 다르게 마닐라기는 한 편으로 압축하고자 한다. 주로 필리핀 블록체인 위크가 진행된 호텔에서만 머물렀고, 리조트 밖으로 나간 건 1inch network 파티에 방문했을 때가 유일하다. 이 마저도 그랩을 타고 갔다가 곧바로 돌아왔기에 마닐라를 둘러보기엔 역부족이었다. 짧은 여정을 마치고, 12월 1일 방콕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