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마주친 서점에서의 행복
양양 여행을 하던 도중 우연히 찾게 된 시골 읍내.
주말에도 한적한 도로와 낮게 깔린 하늘, 조용한 풍경들이 마음을 가라앉힌다.
저녁을 먹고 소화를 시킬 겸 걷던 와중이라 목적 없이 걷던 길목에서 한 서점을 만났다.
현수막도 간판도 특별할 것 없는 곳이지만 백 년 가게 표지판을 달고 있던 오래된 공간.
처음엔 별로 끌리지 않는 외관에 그냥 스쳐 지나가려 했지만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꽤 넓어 보이는 공간과 수많은 책들이 묘하게 나를 붙잡았다.
마치 이곳에도 잠시 머물러보라는 신호 같아 어느덧 발걸음은 서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익숙하고 편안한 종이 냄새가 포근히 감싸안았다.
이름 모를 고전, 잊힌 시집부터 여러 독립출판물들이 나지막한 책장 사이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투박하지만 책의 장르와 종류별로 정리가 잘 되어있는데다가 펼치는 책마다 어쩜 마음에 들지 않는 책이 없었다.
다양한 신간부터 표지가 닳아 오래 사랑받았음을 말해주는 책들도 있었고, 내가 만나고 싶었던- 내게 필요했던 책들이 정말 많았다.
무엇보다 내가 전부 읽었다고 생각했던 작가님의 책들이 진열된 곳에 가장 두껍지만 읽지 않은 책이 있었다.
그 순간이 내겐 보석을 발견한 듯 기쁘고 설레었다.
( 이곳에서 산 '퀴즈쇼' 책은 꽤 두꺼웠음에도 이후에 여행을 하던 내내 카페와 숙소에서 끝까지 읽었다. )
보통은 여행지에서 서점에 가도 십분도 채 되지 않아 책 한 권을 고르고 재빨리 나오는 게 일상이던 나인데,
곳곳에 내가 아끼는 책들도 많이 보이고 좋아하는 작가님의 책도 많기에 예정에 없던 서점에서 한 시간 넘게 머물렀다.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도, 어느덧 어두워진 창밖의 풍경도 잠시 잊은 채로 정신없이 책을 둘러보다 두 권의 책을 사 왔다.
계산을 하며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사장님에게 책들이 다 너무 좋아서 고르는 데 한참이 걸렸다며 이곳의 책을 전부 직접 골라 구매하신 거냐 물으니 직접 읽으시고, 여기저기를 다니며 책 종류를 파악하시고 구매하신 거라 말씀하신다.
책을 찾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주려면 책도 열심히 읽어야 해서 하루에도 몇 권씩 책을 읽으신다며 책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내내 빛나는 눈빛을 하신 사장님의 눈을 보는데 절로 행복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행복이 담긴 눈빛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빛나는 눈빛을 거의 만나지 못하는데, 그 순간 설렘이 가득 담긴 눈빛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책방을 나온 뒤에도 사장님의 눈빛이 내내 아른거렸다.
언제 다시 이곳에 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 작은 서점은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반짝이는 보석들처럼, 잊고 싶지 않은 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