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성격과 성향도 매우 다르고, 취미부터 시작해서 좋고 싫은 것과 관심 있는 분야도 다르다. '어떻게 이렇게 다른 사람이 결혼을 했지? ' 싶을 정도로 우리는 사소한 모든 게 다르다. 장거리 연애를 하며 몇 달이라는 짧은 연애 이후 서로를 잘 모르는 상태로 결혼을 한 탓에 우리는 처음 신혼생활의 대부분을 '서로에게 누가 더 상처를 잘 주나' 앞다퉈 경쟁하는 것처럼 싸웠다. 나는 남편 때문에 거의 매일을 혼자 울었고, 남편도 마찬가지로 숱한 싸움에 나와의 작은 대화조차도 꺼려 했다. 잦은 부부 싸움에 지쳐 어느 순간엔 서로 소닭보듯이 하며 한 집에 살면서도 아예 대화도 하지 않다가, 또 다른 순간엔 그래도 잘 살아보자며 먼저 화해의 손을 건네다가도 돌아서면 양말을 뒤집어 놓는다거나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거나 하는 사소한 문제들로 크게 싸워댔다.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잦은 싸움 탓에 내 얼굴엔 미간 주름이 깊게 패었고 나는 늘 남편에게 얘기할 때 일단 인상을 찌푸리고 짜증부터 내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남편에게 짜증 섞인 말들을 내뱉으며 상처를 줄 때 나는 그야말로 폭주하는 기관차였다. 종종 끝을 얘기하며 서로의 말들 속에 상처받는 눈빛을 보면서도 우린 더 큰 상처를 남기기 위한 우리의 무의미한 배틀을 멈추지 않았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배틀. 내가 생각한 결혼생활은 이런 게 아니었다. 결혼을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결혼 이후에 더 괴로워진 내 삶에 자주 좌절했다. 유산 이후 임신 준비를 늘 하긴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임신에 대한 문제도 서로를 탓하며 상처를 주는 수단으로 발전해 있었다. 매번 우리의 대화는 '너 때문이야 ' '네가 이렇게만 안 했어도 유산은 안했는데' 이런 식이었다. 여러모로 우리는 결혼 이후에 망가져 있었다. 분명 아직 좋아하는 마음은 그대로인 것 같은데, 도저히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지난 주말, 지인의 결혼식을 가면서도 우리는 세 시간 동안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지겹게 싸웠다. 평소처럼 사소한 문제들에 대한 얘기들에서 시작해서, 지난 유산에 대해 누구 잘못이라며 탓하며 또다시 서로의 치명적인 아픔을 건드리면서 공격했다.
우리에게 유산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싸움이 시작된다는 신호나 다름 없다.
서로가 너무 아픈 상처를 후벼 파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으로 도착할 즈음엔 서로 목이 쉴 만큼 싸워댄 탓에 지쳐서 넋이 나간 채였다. 식당에서 잠시 싸움을 멈춰 서로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누가봐도 싸운 커플의 모습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나와서는 근처의 카페를 가서도 심각한 표정으로 각자 핸드폰만 봤다. 그러다 남편이 뭘 보나 궁금해서 어깨너머로 슬쩍 남편의 핸드폰을 봤는데,
검색창에 '부부 싸움 화해' 같은 걸 쳐보다가 내 mbti인 'infj의 특징'이나 'infj와 enfp(남편의 mbti)의 궁합'을 찾아보고 있는 거다. 몰래 그 모습을 보다 보니 너무 귀여워서 남편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왜 그런 걸 찾아보고 있냐면서, 그래서 우리는 궁합이 어떻대?라면서. 한껏 화가 누그러진 내 말에 어느새 화가 풀린 남편도 핸드폰 화면을 읽으며 '네가 이래서 이렇게 행동했구나' '이럴 때 정말 이렇게 생각해?' 하면서 그때부터 우리의 특징에 대해 얘기를 했다. 우리가 알지 못한 우리에 대해서, 우리가 서로를 잘 알지 못해 상처를 주고받았던 순간에 대해서 카페에 머물던 내내 얘기를 했다. 대화의 끝에는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화해의 손길을 건넸다. 어느새 우리는 손을 맞잡고 있었다.
다시 잘 살아보자고, 나도 아직 좋아하는 마음이 있고, 끝을 얘기하기엔 우리 아직 같이 살아본 시간이 짧다고. 조금 더 노력해 보자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돌아서면 또 싸우게 될까 봐 두렵긴 했지만 벌써 포기하기에는 아직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삶은 더 많이 남아있었다.
30년 가까운 시간을 다르게 살아온 우리가 한 번에 서로에게 맞춰질 수 없듯이, 다른 사람이 맞춰지기 위해 부딪혀야 할 앞으로의 삶에 행복만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우리가 우리 삶의 풍랑에 조금씩 깎이고 다듬어져 어느 순간엔 조금은 서로에게 맞게 스며들 거라 믿고 싶다. 다른 우리가 서로에게 맞춰지기까지 앞으로도 이런 위기의 순간들은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종종 찾아올 거고, 우리는 그때마다 자주 무너지고 또다시 서로의 손을 놓아버리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엔 우리가 우리를 지켜냈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금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 하기까지, 우리가 견뎌온 폭풍우가 쉽진 않았으니까. 앞으로의 우리의 길에 더한 폭풍이 몰아치더라도 함께 나아갔으면 좋겠다. 나는 우리가 우리로 행복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