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과 나아감

갓생에서 지쳤나요

by 양예린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매순간 생산성을 내는 일명 갓생이 사회 전체를 동요시켰다. 존경받을 만한 삶에 지나지 않고 마땅히 그러해야 할 삶의 양식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24시간짜리 밭에 가장 촘촘히 씨를 뿌려야 하는 생산성 싸움이다. 6시도 채 안된 새벽에 기상하고 러닝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하루는, 스마트폰 스크롤을 내리면서 정크푸드를 먹는 삶과는 대조된다.마땅히 그러해야만 하는 삶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일까, 쉼에 대한 감각이 사라지고 무조건 채워넣고 심고 일구는 방식에만 열을 올린다.


일정한 자원에서 부가가치를 얻는다는 뜻의 생산은 강박으로 변모하고 있다. 내가 가진 자원에서 더 나은 가치를 산출하기 위해 찍어내듯 하루를 살아간다. 이는 꽤나 건설적인 행위같지만, 보기좋은 결과물이 탄생하지 못하면 폐기되고 마는 공장의 논리가 삶에도 적용된다. 이렇게 생산성 중심의 삶은 늘 우리를 평가에 대상에 놓이게 한다. 결과치가 좋지 못하면 무가치해진다. 개인의 몸도, 능력도, 하루 전체도 결과에 따라 평가된다.


유행이라고 할 것 없이 건강한 삶의 표본이라고 여겨지고 있는 갓생을 지속하는 동기를 재고해봐야 한다. 공장과 같은 삶, 만들어내고 더 많이 찍어내야 하는 삶이 건강한 삶이던가. 이것이 삶의 정답이 되어버리면 우리는 적은 인풋으로 큰 아웃풋을 생산해내는 기계가 될 것이다. 과정에서 얻어지는 경험은 아무 가치없는 폐기물로 전락할것이며, 쉬는 삶이란 영업하지 않겠다는 무능으로 간주될 것이다.


적절히 쉬고 천천히 나아가는 삶은 결과는 더디지만 과정에서 오는 평안함이 있다. 이는 나태함이 아니다. 생산하는데에 하지 못했던 사유를 이 과정에서 할 수 있다. 더 많이 생각하고 피부로 느끼고,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회고를 통해 우리는 존재하는 인간이 될 수 있다. 일정을 빽빽히 세우는 대신에 차 한잔과 밤공기를 마시며 돌아가는 하늘을 천천히 느껴보자. 땅따먹기 하듯 살아왔던 하루는 무엇으로 보답받는지 제대로 보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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