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뜯기고 저리 뜬긴 백수 이야기

조현병은 내게 무엇을 남겼는가

by 양예린

올해 만 32살의 영문학 전공자인 나는 사뭇 풍선과도 같다. 20대 시절보다 20키로 이상은 훨씬 증량해버린 나의 몸을 비하하는 말로 쓰이기도 한 풍선. 먹는 족족 몸에 저장하는 탓일까, 불면 커다랗게 부풀어오르지만 이내 힘없이 바람이 빠지는 힘없는 모양새. 어쩔땐 바람을 넣으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이리 튀었다 저리 튀었다 날아다니다가 바닥에 쳐박힌다.


대학 시절에는 학과에서 가장 활발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했던 내가, 2학년 때쯤 조현병을 진단받는다. 평소 공상하는 것을 즐기고 기상천외한 농담을 즐겨했었지만 눈 앞에 헛것이 보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분명 이 두 눈으로 봤다. 그러나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고, 나는 참 억울해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부모님과 언니가 나를 끌고 정신병원으로 갔다. 나는 의사 선생님을 보자마자, 선생님이 우리과 교수님의 동생이라는 둥의 말도 안되는 말을 하고 바로 병동으로 끌려간다. 그리고 약 3개월 뒤 나는 병동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그 이후의 삶이 더 참 끔찍했다. 23kg이라는 큰 숫자의 몸무게가 증가했으며, 약으로 인한 어마어마한 식욕과의 다툼이 일상이었다. 그렇게 치료와 다이어트 강박의 굴레 속에서 나의 20대의 삶은 쥐구멍에 숨고 싶은 과거가 되었다.


8년이 지났을까, 정말 좋은 환경에서 2년간 일을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계약이 끝나고 어떤 직장을 구하든 2주일을 채 넘기지 못했다. 사람이 너무 두려웠다. 직장 상사의 매의 눈은 나를 주눅들게 했고, 잘잘한 잔소리들은 내 기를 죽였다. 나도 내가 타인에 비해 싫은 소리를 감내하지 못하고 비판에 취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그 정도일줄은 몰랐다. 그렇게 이 직장, 저 직장을 전전하다가 나는 만 32살에 이리 뜯기도 저리 뜯겨서 바람을 불어도 부풀어오르지 않는 낡은 풍선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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