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 뜯기고 저리 뜯긴 백수 이야기 02. 카페에서
뜨거운 햇살 아래, 노트와 펜 한권을 들고 시원한 카페에 들어간다. 그곳은 나만의 사유 공간이자, 암담한 현실 속 잠시나마 위안이 되는 곳. 커피 한잔도 백수에겐 사치지만 어느 곳 하나 맘 내려놓을 곳 없어 한 방울 들이키며 숨을 내쉰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잠시 어릴 때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나는 모래도 발로 밟지 못하는 겁쟁이었다. 그런 소심쟁이가 반지하 바퀴벌레가 우글거리는 곳에서 잠을 자고 꿈을 꾸곤 했다. 밀가루 한 봉지로 다섯 식구가 끼니를 해결하던 시절. 열 세살의 꿈을 아직도 나는 기억한다. 지금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힘없는 초딩에 지나지 않지만, 분명 미래엔 존재감 있는 어른으로 자랄 것이다.
그런데 스무 살이 지나고,나는 내가 상상했던 어른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21살의 병동 생활. 그 이후 사람이 무서워 직장을 2주도 버티지 못하고, 살은 스무 킬로 넘게 불어났고, 점점 나 자신을 피하게 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당신은 소녀,소년 시절의 꿈을 기억하는가? 잠시 얼굴을 붉히다가 유리컵에 비친 얼굴의 기미를 보고 화들짝 놀랜다. 그래 이십 년이 지났지. 그러나 오늘만은 열 세살이 되어보자.
노트를 펴고 검은색 볼펜으로 나만의 꿈, 이라 말하기 부끄러우니 상상이라고 하자. 미래의 상상을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오늘만은 나에게 솔직해져 보자.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싶은가? 어떤 하루를 맞이하고 싶은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마치 그 시절로 되돌아가 일기장에 덕지덕지 스티커를 붙여놓고 나만 아는 비밀을 써내려가는 느낌이다. 이내 마음이 평온해지고 나만 아는 나의 모습을 마주한다.
'꿈.',
그래, 커피 냄새를 풍기며 한 글자를 되뇌인다. 오직 내가 가진 것은 마음 속에 품은 소망과 꿈이었다. 그래도 오늘은 작은 힌트 하나를 쥔 채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