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rder you work, the luckier you get.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행운이 따른다.
다시 말해 열심히 하지 않는 자에게는 운도 따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인간의 뇌에서 일에 열중할 때 사용하는 부위와 시간을 지각하는 부위가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미있고 창조적인 일에 몰두하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된다는군요. 사소한 것이라도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 그것이 참다운 삶입니다. 나 자신과 주변 일상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자기만의 고유한 스타일대로 삶을 꾸려나가면 참다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부터는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안소영 님의 책 <책만 보는 바보>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이 읽기 쉽게 쓰여 있어 빠른 속도로 읽어 나가고 있습니다.
<미쳐야 미친다>에서 접했었던 유득공, 박제가, 백동수, 이서구, 박지원, 홍대용 같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당시로 돌아가 이덕무의 시선으로 책을 써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형식의 글들은 상당히 생동감이 있어 감정이입이 잘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탁오 평전을 읽을 때도 작가가 이탁오의 마음속으로 들어가서 마치 눈앞에 실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말하는 것에 감탄했었습니다. 이 책도 마치 현장에 있었던 것처럼 친구들 간의 대화를 들려줍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습니다.
“우리는 책에 취하고 이야기에 취하고, 너무나 잘 맞는 서로에 오래도록 취하였다.”
“나에게만은 무슨 말이든 거리낌 없이 했고, 나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하지 못하는 말도 그에게만은 스스럼없이 했다. 때로는 아무 말 없이 서로 쳐다보고 앉아 그저 웃고만 있기도 했다.”
“가을처럼 느껴지는 사람, 또 누가 있겠는가?”
프로네 님은 저를 보면 어떤 계절이 느껴지시나요? 가을처럼 느껴지나요? 제 스스로 느끼는 저의 기본 정서는 가을입니다. 슬픔입니다. 그러나 찬란한 슬픔입니다. 마침내 돌아선 자의 기쁨과 회한입니다. 늦가을이 가지고 있는 애잔함, 고적함, 스산함 같은 정서들이 저의 가슴속에서 잔잔하게 감흥을 일으킵니다.
시나브로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많이 힘드셨지요? 그러나 오늘의 이 수고로움이 훗날 반드시 프로네 님의 인생에 유용하게 작용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통스러움 마저 기쁨으로 승화시키는 프로네 님이 되시기 바랍니다.
2006 10.25 산비
안소영의 <책만 보는 바보>를 완독 하였습니다. 이덕무는 젊은 시절 거쳐하던 자신의 집을 ‘구서재九書齋’라 불렀습니다. ‘구서’란 책을 읽는 讀書, 책을 보는 看書, 책을 간직하는 藏書, 책의 내용을 뽑아 옮겨 쓰는 抄書, 책을 바로잡는 校書, 책을 비평하는 評書, 책을 쓰는 著書, 책을 빌리는 借書, 책을 햇볕에 쬐고 바람을 쏘이는 曝書를 말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책을 읽는 것과 보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독서는 소리 내 읽는 거고, 간서는 그냥 눈으로만 읽는 건가요?
“뒤돌아보기도 하고, 함께 가는 사람들과 발걸음을 맞추는 사람도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의 흔적은 사람의 기억과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면서, 시간이 흘러가는 길을 내기도 하고, 각자의 시간을 서로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저도 당신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 시간이 흘러가는 길을 내고 싶습니다. 당신과 발걸음을 맞추어 걸으며 내 시간을 당신에게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옛사람과 우리가, 우리와 먼 훗날 사람들이, 그렇게 서로 나누며 이어지는 시간들 속에서 함께하는 벗이 되리라”
책은 시간을 연결하는 끈입니다. 책을 통해 옛사람들로부터 시간을 나누어 받습니다. 아득한 옛일이지만 ‘어떻게 그런 일이...’하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샘솟는 것은 내 안에 이미 그 시간이 스며든 까닭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책을 이렇게 분류할 수 있을 듯합니다. 우선 책에는 자기 연구의 결과물을 해설하여 풀어놓은 것이 있습니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사상을, 사유의 결과물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듯이 적어낸 책도 있습니다. 자기의 상상력을 펼쳐 가상의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하고, 자신의 체험담을 진솔하게 풀어놓은 책도 있습니다.
안소영 씨의 <책만 보는 바보>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당시를 재구성해본 한 권의 이야기책입니다. 다만 글이 다소 가볍게 느껴져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덕무의 내면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의욕적 시도에 비해서 김훈의 <칼의 노래>에서 느껴지는 것 같은 비장한 깊이를 맛볼 수는 없습니다.
“새로운 책을 구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 나는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리도 그렇지요? 읽고 싶어 마음에 두었던 책을 주문해 내 손에 받아 들면 책이 그렇게 사랑스럽고 마음이 흐뭇할 수가 없습니다. 이덕무는 책을 좋아하였습니다. 책의 향기를 코끝으로 느껴보기도 하고, 책을 만지면 설레는 손끝의 미세한 떨림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그 느낌과 취향을 공유하는 벗이 있었습니다. 부러 따지고 말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도 역시 그러하였으므로”
우리도 그러하였으면 좋겠습니다. 당신도 그러하므로, 당신의 생각도 그러하므로, 당신의 취향도 그러하므로, 당신의 하고자 하는 바도 나와 같으므로...
2006 10.26 당신의 벗 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