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미래 1

by 산비


“어느 때는 무한히 즐겁고 어느 때는 무한히 슬프고, 이 그지없는 목숨의 값을 내게 값 쳐 준 당신. / 설령 끝내 오지 않을 그날일지언정 나는 그날을 믿고 기다려 이 고독을 끝까지 뉘게도 다치지 않고 지키려 합니다. / 꼭꼭 껴안으면 안을수록 차라리 아쉽고 모자람만을 느끼는 애정! 내가 당신의 안으로 육신마저 들어가고 당신이 내 안으로 들어와 버려도 시원치 않을 안타까움!”


아침엔 흰 눈이 펑펑 내리더니, 오후엔 내내 진눈깨비와 비가 부슬거려 마음이 음울하였습니다. 이런 날은 자주 유치환 님의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를 들쳐보게 됩니다. 청마와 이영도의 연애가 애달픕니다. 현실 세계와 자신들의 이상 사이에서 무척이나 고뇌하였던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서 그런 흔적이 보입니다. 청마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며, 그것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희구라는 것을. 그러나 그것이 비록 희구로 그친다 하여도 그 정도로 간절한 마음이 우러나온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양면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윤리와 도덕을 모두 팽개치고 오직 마음이 원하는 본능에 의지해서 행위하는 것. 배우고 익힌 진리의 가르침과 올바름을 추구하는 이성의 힘에 의지해서 자중자애하는 것. 이 두 가지는 늘 부딪칠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를 몇 장 읽어보았는데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취향의 책이 아니어서 일까요? 그래도 인식의 지평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꾸역꾸역 읽어보려 합니다.


“제1 물결의 부 창출 시스템이 주로 키우는 것을, 제2 물결이 만드는 것을 기반으로 했다면, 제3 물결의 부 창출 시스템은 서비스하는 것, 생각하는 것, 아는 것, 경험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이것은 우리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명제이지요.


초반부의 주요 주제는 ‘시간(time)’입니다. 동시화, 비동시화, 속도의 충돌... 이 세상은 빠르게 변화해 나가는 데, 주체별로 그 변화의 속도가 다름으로 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기업이나 시민 단체들은 빠르게 변화하고 대처합니다. 가족형태나 노동형태도 변화의 속도가 빠릅니다. 재미있는 것은 교육 체재와 관료조직, 정치조직은 그 어느 곳보다 더디다는 것입니다.


토플러는 미국의 학교에 대해서 신랄한 비판을 가합니다. 이 학교라는 차는 너무 느린 데다가 타이어는 펑크가 나고 엔진은 연기를 뿜어내서 뒤 따라오는 차들까지 속도를 낼 수 없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유일한 위안은 다른 나라의 학교도 그보다 나을 게 없다는 점이라고 힐책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모든 것이 동시화(synchronization)되는 것입니다. 시간이 완벽하게 조정된 세계에서는 기차는 정시에 출발하고, 친구는 약속 시간에 늦는 법이 없으며 제고는 제로 상태에 이르고, 회의는 항상 정시에 시작해서 정시에 끝날 것입니다. 1970년대의 경제학자들은 투입과 산출의 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모든 부분이 동일한 비율로 성장하는 것이 경제발전의 최선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간단치가 않습니다. 핵심 변수들을 고정된 관계로 유지하게 만드는 완벽한 동시화는 시스템의 유연성을 저해하여 혁신에 대한 반응을 오히려 무디고 느리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도요타는 JIT(Just-In-Time,적시생산)이라는 체제를 만들어 성공하였습니다. 오늘날 많은 기업들이 JIT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여 적용한다고 합니다. ERP(Enterpriz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 기업 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기업 내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통합 정보 시스템)도 각광받고 있습니다. 결국에는 치열해지는 경쟁이 혁신을 낳고, 각각의 혁신이 타이밍 조건을 변화시켜 재동시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동시화 산업은 갈수록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2006 11.30 첫눈 내린 날 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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