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너는 자유다

by 산비

“뭔가 이루고 얻으려고 하면 사람 사이에 깊은 관계를 갖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게 없으면 영향력은 저절로 커집니다.”

뭔가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만남은 그저 비즈니스 일뿐입니다. ‘내가 이것을 주었으니, 너도 나에게 저것을 다오.’해서는 깊은 관계를 갖기 어렵습니다. 뭔가를 바라는 기대는 늘 배신과 실망을 가져올 뿐입니다. 진정한 사랑과 우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라는 게 없을 때 사랑은 깊어집니다. 사랑을 받기 위함이 아닌 사랑을 느끼는 그대로의 사랑을 할 뿐입니다.


“돌아왔을 때 그 위치에 다시 서지 못하면 어쩔 거냐?” 우리를 떠나지 못하게 붙들어 매는 현실적 이유입니다. 그러나 손미나 님은 <스페인, 너는 자유다>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언젠가는 가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떠나기 좋을 때란 없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면 주저하지 말고 떠나라.”


“마음속에 꿈을 간직한 젊은 사람은 아무런 조건 없는 호의를 받을 자격이 있는 거란다.” 프랑스 파리로 가는 도중 만난 Mr. 디엥 과의 이야기가 감동적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우리도 좀 더 나이가 들면 꿈을 향해 가는 젊은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됩시다.


“뿐또 이 세기다”


‘끝은 곧 또 다른 시작이다.’라는 뜻입니다. 헤어짐은 곧 또 다른 만남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만해 한용운도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12월입니다. 2006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유종의 미’를 거둡시다. 끝마무리를 잘 지어야 깔끔하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을 테지요.


우리는 어차피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을 살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손미나 님도 스페인에서 1년을 보내고 돌아왔지만 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생활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뛰고, 히말라야를 갔다 온다 해도 우리는 또다시 우리의 일상을 살아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상을 바라보느냐는 것입니다.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 라다크로부터 배운다>도 잠깐 훑어보았는데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저는 이런 책이 좋습니다. 가지고 계신 책들 중에 제가 좋아할 만한 책이 있으면 더 빌려 주십시오. 프로네 님이 연암집에 매여 있는 동안, 저는 프로네 님의 옛 자취가 묻어있는 책들을 섭렵하고 싶습니다. 그럼.


2006 12월 첫날. 산비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읽고 있습니다. 로리타 여사의 안익태에 대한 사랑 이야기가 감동적입니다. “그가 얼마나 멋진 사람이었는지 그걸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어...” 구십이 다 되어가는 할머니가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며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너무 빨리 갔어... 하지만 난 아직도 매일매일 그분을 조금씩 더 사랑한단다.”


40년 전에 사별했지만 지금도 그분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고 말합니다. 그분을 만나 사랑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고 자신은 복이 많은 여자인 것 같다고 고백합니다. 이제 어서 빨리 그분 곁으로 가고 싶을 뿐이라고... 정말 갸륵한 마음입니다.


영화 ‘러브 어페어’에서 야넷 베닝이 캐더린 햅번을 만나는 장면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손미나 님은 정말 좋은 체험을 하고 돌아온 것 같습니다. 그것이 여행이 주는 선물이겠지요. 혹시 문전박대를 당할까 봐 전화 걸기를 두려워했지만, 그래도 일단 해보자는 도전이 뜻밖의 좋은 만남과 인연을 만들어 준 것이지요. 나이차가 많이 나는 둘이 그런 아름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부럽고, 로리타와 안익태의 사랑도 부럽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의 감정을 통제하거나, 그 사람의 행동을 구속하거나, 혹은 그 사람이 즐거워하는 일을 막아서는 안 된다.”


스페인 사람들의 애정관과 우리의 그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을 이해할 수 없었던 손미나는 그들과 격론을 벌이기도 합니다. 여하한 상황에서도 지금 현재의 ‘사랑’을 가장 값진 것으로 치는 라티노들은 그 사랑의 힘을 원동력으로 삶을 사랑하고 살아가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들임이 분명합니다.

저도 자유로운 영혼과 따듯한 마음을 가진 멋진 남자가 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보아 주십시오.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 어쩌면 무료하기 짝이 없었을 하루가 프로네 님으로 인해 유쾌한 하루로 탈바꿈합니다. 지루하고 어두웠을 하루가 진중하게 빛이 납니다. 삶의 경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사람으로 인해 하루의 빛깔이, 느낌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니...

2006 12.4 산비


손미나의 <스페인, 너는 자유다>를 완독 하였습니다. 손미나는 참으로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많은 행운이 겹쳐서 그녀를 찾아와 줍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녀가 그곳으로 떠났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만약 그녀가 그녀의 영혼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고 그냥 방송국 아나운서 일에 만족하며 지냈다면, 그 수많은 성취와 추억들을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여행이 주는 매력이고 우리가 꿈꾸는 일탈의 성과입니다. 늘 좋은 결과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과감하게 부딪쳐보는 용기가 있어야겠습니다. 기회는 준비하는 자에게만 옵니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 되었지만 더 슬픈 사람이 되었습니다.”
석사과정을 마치며 다큐물을 제작하는 숙제가 주어집니다. 손미나는 마우리찌오, 마르띤과 한 팀이 되어 바스크 지방의 슬픈 역사를 취재하게 됩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를 해나가며 역사의 진실들을 파헤칩니다. 더 많은 것을 알아갈수록 더 깊은 슬픔이 밀려옵니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것을 기록으로 남겨놓지 않는다면 진실은 영원히 묻혀버리고 말 것입니다. 남겨진 자들의 의무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됩니다.


“내가 고민을 털어놓을 때마다 나의 스페인 친구들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이 아니면 슬퍼하지 않을 것이며, 인생을 뒤흔드는 일이 아니라면 그냥 웃어버리라고 어깨를 툭툭 치며 조언을 해주곤 했었다. 자기들이 볼 때 나는 너무 심각하다나? ‘걱정을 왜 해?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하고 해결이 안 되면 그냥 포기해.’ 노 빠사 나다(별일 아니야)”


인생을 살아나가며 점점 그런 생각이 듭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심각해지고 화를 내고... 그럴 필요 없는 데... ‘그럴 수도 있겠지. 다 무슨 사정이 있었을 거야’ 하며 받아들이려고 노력합니다. 신문에 아무리 극악무도한 사건이 실리거나,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져도 거기엔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거라고 여깁니다.


프로네 님이 말씀하시는 역할론도 그렇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은 것에 대해서 자신을 너무 나무라지 말라는 것입니다. 너무 잘해야겠다고 집착하지 말고, 이건 내가 맡았으니까 완벽하게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 몸이 으스러져도 이건 오늘 안으로 꼭 해야지 하지 말고.


프로네 님은 스스로를 너무 옥죄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스로를 너무 나무라지 마십시오. 제가 보는 프로네 님은 정말 훌륭한 사람입니다. 지적이고 우아하고 멋집니다. 이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아름답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제 친구라는 사실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2006 12.5 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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