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를 맺으려면

by 산비


일본의 저명한 경영 컨설턴트이자 전략가인 ‘오마에 겐이치’는 21세기 인재 교육의 키워드로 ‘構想力’을 강조합니다. ‘구상력’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전체적인 사고능력과 새로운 것을 발상하고 실행해나가는 능력을 말합니다.

덴마크에서는 교육현장에서 교사(Teacher)라는 용어의 사용이 금지됐다고 하네요. 대신 인스트럭터(안내자, Instructor) 또는 퍼틸라이저(영양분을 주는 사람, Fertilzer)라는 말을 쓴다고 합니다. 정답이 없는 새 시대에 강의 노트나 한 권의 교과서를 놓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던 방식은 이제 사라져야 하며, 만약 한 반에 26명의 학생이 있으면 26개의 다른 대답이 나오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장자 1>, ‘제물론’ 몇 쪽을 읽었고, <부의 미래>를 계속해서 읽었습니다.
‘창조 생산성(producivity)'-프로슈머들에 의한 생산성 공헌도, 즉 프로슈머가 대가 없이 창출하는 가치를 화폐 경제로 유입시킬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성장률도 동시에 향상하는 특별한 그 무엇을 말합니다. 프로슈머는 미래의 혁명적인 부 창출 시스템의 성장에 역동적인 역할을 담당할 영웅이라고 토플러는 묘사하고 있습니다.


<부의 미래>를 읽어나가며 앨빈 토플러의 진가를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토플러는 자신의 논지를 펴기 위해서 수많은 구체적 사례들을 제시합니다. 그 다양한 사례들을 일관된 주제 아래 묶어내는 능력이 돋보입니다. 우리가 평소 신문이나 매체를 통해 관심 있게 보아온 주제들뿐만 아니라, 간과해온 것들까지 조목조목 지적하며 자신의 견해를 펼쳐 보입니다. 덕분에 여러 가지 경제용어들을 공부하게 되고, 시사 상식에 대한 지식들이 확장되어 나가는 소득이 있습니다. 전혀 새로운 개념이나 용어들도 배우게 됩니다. 좋은 책입니다.


2007 1.3 산비



아침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프로네 님이 주신 책 두 권을 살펴보았습니다. 두 권 다 마음에 듭니다.

<너희가 책이다>, 꼭 읽어보아야 할 책입니다. 남들이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해도 자신에게 적합하지 않으면 좋은 책이라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자신의 독서 목적이나 수준, 정서와 맞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좋은 책을 고르려면 저자나 역자를 확인하고 출판사도 고려해야 한답니다. 그리고 반드시 요약본이 아닌 원전을 읽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제 삶에 대해서 한 번 되돌아보게 하는 책들이 좋습니다. 영혼을 맑게 해주는 책이 마음에 듭니다. 밑줄 그을 문구들이 많이 들어 있어서 두고두고 가슴에 새길 수 있게 하는 책이 좋습니다. 그래서 <부의 미래> 같은 종류의 책은 좋은 책이기는 하지만 사실 그다지 즐겁게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경계해야 할 것은 그러다 보면 편식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둘이 서로 책을 선택하여 권하고 읽어나가는 지금의 ‘독서클럽’ 시스템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아주 바람직한 활동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세계와 관계를 맺는 과정이란다. 관계를 맺으려면 서로 마음이 오고 가야 하는 법이지. 그런데 사물은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가 내 마음을 열어 그 사물에게 말을 건네야만 한단다. 그러면 잠든 줄 알았던 사물이 깨어나 자기의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기 시작하지.”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에 나오는 정민 선생님의 가르침입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말을 건네야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물에게 말을 걸지, 어떤 사람에게 마음 문을 열지는 나의 선택입니다. 관계 맺음이 두려워 나를 가두고, 나만의 세계 속에서 안주하고 살아간다면 우리는 단지 절반의 세상만을 살다가 이 세상을 마치게 될 것입니다.


삶이란 그 아름다움을 흠뻑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하루는 반복됩니다. 일상은 끊임없는 반복의 연속입니다. 달력의 숫자는 넘어가지만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일 년은 또다시 흘러갑니다. 그 반복이 무의미한 반복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나의 마음의 눈이 그것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느끼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삶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사람만이 그것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너희가 책이다>의 서문에 우리가 읽었던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한 구절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24시간만 건강해진다면 아침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스위트 롤빵과 차로 아침 식사를 하고 수영하러 가겠어. 그런 다음 친구들이 찾아와서 맛 좋은 점심 식사를 함께 하고, 그리고 이때 한 번에 한둘씩만 찾아오면 좋겠군.... 그런 다음 산책을 나가겠어.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가서 여러 가지 색깔도 보고 새도 구경하면서. 오랫동안 보지 못한 자연에 파묻히겠네. 저녁에는 우리 모두 레스토랑에 가서 스파게티를 먹자고. 아니 오리 고기를 먹을까. 난 오리 고기를 무척 좋아하거든. 그런 다음 나머지 저녁 시간 동안 춤을 추고 싶네. 거기 있는 멋진 춤 파트너들과 질릴 때까지 춤을 춰야지. 그런 다음 집에 와서 달콤한 잠을 자는 거야.”


다시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무척 평화롭고 행복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우리 삶이 너무 평범하다고, 너무 권태롭다고 울부짖습니다. 늘 일탈을 꿈꿉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삶의 본질은 일상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나와 더 많이 같이 있고, 더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은 일상입니다. 다시 마음을 다잡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이 일상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축복받은 것인지, 그중에서도 그 일상의 많은 부분에 프로네 님이 있다는 사실이 정말 고맙고 행복합니다.


2007 1.5 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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