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마삼바바’의 책 <티벳 사자의 서>를 열어 보았습니다. 위대한 테르튄(보물을 찾아내는 자) 릭진이 히말라야의 동굴 속에서 이 책을 찾아냈을 때 붙여져 있던 원제목은 <바르도 퇴돌>이었다고 합니다. 바르도는 ‘둘 사이’라는 뜻입니다. 그것은 낮과 밤의 사이, 곧 이 세계와 저 세계 사이의 틈을 말합니다.
저는 아침 태양이 떠오르는 것도 좋아하지만, 낮이 밤으로 바뀌는 황혼의 저녁 어스름을 더 좋아합니다. 무의식 속에 죽음에 대한 관념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죽음은 단순히 육체의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적인 죽음이라고 합니다. 진리를 깨치기 위해서는 먼저 ‘나’가 죽어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나의 존재, 나의 관념, 나의 과거, 즉 나의 전부가 죽을 때 스스로 밝아오는 진리의 빛, 모든 사물의 근원에 편재해 있는 절대의 빛, 다름 아닌 그 빛의 깨달음에 대해 이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읽는 사람의 영적인 이해력에 따라서 ‘닫힌 책’으로 끝날 수도 있고 눈부시게 열릴 수도 있다고 합니다. 마음을 열고 편견을 넘어 진리를 염원할 때 진정 이 책은 나에게 그 길을 열어 보여주겠지요.
“인간의 욕망이 바로 그의 운명이다. 왜냐하면 그의 욕망이 바로 그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의지가 곧 그의 행위이며, 그의 행위가 곧 그가 받게 될 결과이다. 그것이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 죽음의 기술을 알고 있을 때 죽음의 고통은 사라질 것이며 우리는 죽음을 초월하는 승리자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살지 않았을 뿐”
시간이 너무 없다고 종종거리는 것이 보통의 우리네 삶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단지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쓸데없는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입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간을 적절히 안배하여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면 더 많은 일들을 우리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단 필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바로 ‘열정’입니다.
삶을 치열하게 하는 힘은 ‘열정’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열정을 지속시켜 나가는 힘은 ‘신바람’입니다. 무엇보다도 그 모든 에너지의 원천은 바로 ‘사랑’입니다. 우리를 무언가에 미치게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랑’에서 발원한 에너지입니다. 책을 사랑하고, 운동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죽음까지도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자는 현명하고 완전하게 이 세상을 살다가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2007 1.5 산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불편하고 괴롭기는 하지만 지금 나름대로 안정적이거든요. 독재국가에 사는 국민들이 그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아이러니와 같이 인간의 본성은 뒤틀렸고 문제가 많지만 자리가 잡힌 현재의 균형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변화를 추구하게 되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강한 본성의 저항에 부딪히게 되지요.”
우리가 삶의 혁신과 변화를 부르짖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금 뭔가 잘못돼 있다는 것을 느끼고는 있지만 나름대로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 나은 무엇으로 바꾸기를 꺼려합니다. 그런 마음이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입니다.
인생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젠가는 죽습니다. 그것을 인지하면 무언가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라질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진정 원하는 바를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내가,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눈을 감으면 마음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 나의 가슴속에 끓어오르는 열정, 나의 직관이 강력하게 이끄는 길. 그 길을 두려움 없이 가야 할 것입니다.
눈이 많이 내려주기를 바랐는데 조금 오다가 마는군요.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
2007 1.6 산비
<정민 선생님의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쳐야 미친다>에서도 느꼈듯이 정민 선생님의 글은 군더더기가 없이 정갈한 맛이 있습니다. 그는 사물의 뒷면을 볼 줄 아는 혜안이 있습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른 것을 생각해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뛰어난 상상력을 무기로 한시의 배경과 옛 그림에 담긴 긴 뜻을 재미있게 풀어냅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는 절로 고개를 끄덕거리고 무릎을 치게 됩니다.
“30cm 날던 새가 1미터 날기까지는 참으로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2미터 날던 새가 100미터 나는 것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삶의 진리를 담고 있는 말입니다. 처음 발을 내딛기가 힘들지 일단 발을 딛고 걷는 방법을 터득하고 나면 한달음에 달릴 수도 있게 됩니다. 수영도 처음 물에 뜨고 호흡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호흡이 터지고 나면 3km 바다수영도 거뜬히 하게 됩니다.
그렇듯 배움은 처음엔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답답하고 지루한 연습과 반복을 거쳐 어느 순간 일점 깨달음을 얻고 나면, 그다음엔 일취월장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배움이 더디다하여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비록 다른 누군가보다 익힘에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하더라도 마지막엔 더 높이 오를 수도 있음을 믿습니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살아서는 한가한 날 결코 없으리 죽어야만 시를 짓지 않을 테니까”
당나라 시인 ‘맹교’의 글입니다. 얼마나 시를 사랑했으면 이렇게 노래할 수 있었을까요? 시인은 사물과 새롭게 만나 느낀 감동을 입을 열어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시를 짓는 다고 합니다. 저도 제 마음에 일렁이는 사소한 깨달음들을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서 이렇게 매일 편지를 적어 보냅니다. 혹 제가 너무 많은 말들을 쏟아내는 관계로 오해를 사거나, 중언부언하는 글들이 있어 식상해하시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제 편지를 읽어주는 한 나의 편지는 계속될 것입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2007 1.9 산비
“책과 사람을 함께 읽는 방법도 있다. 이를테면, 좋은 책을 읽고 감동적이거나 인상적인 대목에 밑줄을 긋고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적어서 친구에게 읽어 보라고 전한다. 친구도 같은 책을 읽으며 똑같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책에 적어 되돌려 준다면 서로를 깊이 알게 되는 기회도 된다.”
며칠 오가는 버스 안에서 읽는 것만으로 허병두 님의 <너희가 책이다>를 완독 하였습니다. 좋은 책들을 많이 소개해주고, 어떻게 책을 읽어야 하는지 가르쳐주어 유익했습니다. 그중 위의 글이 감동입니다.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방법이지요. 비록 책에다 직접 쓰는 것이 아니라 메일을 주고받는 것이지만, 같은 책을 읽고 밑줄을 긋고 의미를 되새기는 작업을 통해 책과 사람을 함께 읽으며 우정을 키워갑니다.
<시경>은 B.C 11세기부터 B.C. 17세기 즉 서주로부터 춘추시대 중기에 이르기까지 약 5백 년간의 음문을 모은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오래된 시집이라고 합니다. 서경, 역경과 함께 삼경으로 칭해지는데 모든 경의 으뜸으로 꼽혀왔고, 공자 역시 <시경>을 최고의 경전으로 중요시하여 무수히 인용하였다고 하네요.
“사람이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가 없다. 시는 선한 마음을 흥기 시키고 덕행과 정사를 관찰할 수 있으며, 여럿이 모여 화하게 지낼 수 있고 완곡한 표현으로 원망스러운 심경을 토로할 수 있으며, 가까이는 어버이를 섬기고 멀리는 군주를 섬기며 초목의 물명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된다.”
오후에는 모든 학문의 근본이라 하는 <시경>을 펼쳐 들었습니다. 시경이 만들어져 전해오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변형이 있었지만, 초학자들은 주자의 집전에 입각하여 경문을 파악하는 것이 <시경>에 쉽게 접근하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사물에 감동되어 動하면 性의 欲이 나온다. 이미 欲이 있으면 생각이 없을 수 없고, 이미 생각이 있으면 말이 없을 수 없고, 이미 말이 있으면 말로써 다할 수 없어서 咨嗟하고 詠한하는 나머지에 發하는 것이 반드시 자연스러운 음향과 가락이 있어 그칠 수 없으니 이것이 시를 짓게 된 이유이다.”
정민 선생님의 한시 이야기를 읽고 난 다음이라 그런지 시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욱 깊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시를 한 수 읊고 싶은 마음이랄까. 후후. 조금씩 읽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2007 1.10 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