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부스러기

by 산비


“지금으로부터 100억 년 전 빅뱅이라는 대폭발에 의해 우주가 탄생할 때 생긴 별들의 부스러기가 사람의 몸을 이루는 물질을 만들었다. 우리는 모두가 똑같은 별 부스러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처지와 조건, 또 상반된 생각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똑같은 인간으로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 이태형


수억만 년 전 이 땅에 생명이 잉태되기 전 우리는 하나의 별이었습니다. 그 의 부스러기들이 뭉쳐져 생명의 원형이 깃들고 한 영혼을 지닌 생명체가 탄생하였습니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흐르며 우리는 각각 떨어진 개체로 분화되었지만, 우리 안엔 한 영혼의 흔적이 유전되어 왔음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할 형제들인 것입니다.


“왜 우리는 성공하기 위해 그토록 서두르며, 무모한 계획을 세우는가? 어떤 이가 그의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아마 그는 다른 곳에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기 때문일 게다. 그 음률이 어떻든, 또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든, 그가 듣고 있는 그 소리에 맞춰 걸어가도록 가만히 놔둬라. 사과나무나 떡갈나무만큼이나 그가 빨리 여물어 가야 한다는 건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의 계절은 아직 봄인데도, 그를 여름으로 넘겨야만 한다는 것인가?”


모든 일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자연에는 그것이 되어가는 순리가 있습니다. 사람도 저마다 자신에 맞는 보조가 있습니다. 그 보조를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그 사람을 이끄는 북소리의 리듬에 맞추어 걸어가도록 놔두라는 것입니다. 무모하게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하다가는 결국 역효과를 내고 맙니다.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길을 제시하기는 해야겠지만 거기까지입니다. 참고 기다려주는 것, 그저 바라봐 주는 것. 그것이 정답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숨을 가다듬으며 소요하듯 걷는다. 그 속에서 산 아래 두고 온 복잡한 일들을 잊는다. 산과 자신의 걸음걸이에만 집중해 무상무념의 경지에 이르는 즐거움이다.” - 허영만

“산을 오르는 일은 땀을 흘리면서 자신의 몸 어느 한 부분을 떨궈 내는 것으로 시작해서 자신을 버리고 다시 스스로에게 되돌아오는 것이다.” - 안치운


“히말라야 설산에는 길이 없다. 인간의 앞쪽으로 뚫린 길은 없다. 길은 몸으로 밀고 나간 만큼만의 길이다. 그래서 길은 인간의 뒤쪽으로만 생긴다.” - 김훈


김선미의 <산에 올라 세상을 읽다>에 나오는 문구들입니다. 언젠가 이주향 님의 서평에 언급된 적이 있었지요. 버스를 타고 오가며 짬짬이 읽고 있습니다. 전문 산악인들이 아닌, 세상을 살아가는 사회인들이 갖는 산에 대한 생각들을 끄집어내서 정리한 글입니다. 책을 읽으며 ‘각자에게는 각각의 산이 있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 산에 대한 생각들이 다를 수밖에요. 좋은 하루 되십시오.


2006 1.17 산비



오늘은 <루브르박물관전> 도록을 펼쳐보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프로네 님의 <티벳 사자의 서> 진도가 늦어지고 있어 속도를 맞추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한. 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하여 마련된 이번 전시회는 <16-19세기 서양 회화 속의 풍경>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루브르박물관전을 한다고 해서 관심 있는 여러 유물들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었는데 제 예상이 빗나가고 말았습니다. 사실 서양미술에 대해서는 완전 문외한입니다. 그림에 대해서는 정말 까막눈이나 마찬가지죠. 차라리 사진을 보면서는 어떤 감동을 받기도 하는데 그림은 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프로네 님 덕분에 이참에 단단히 서양미술에 대한 공부를 하게 생겼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서양화 중에서도 범위를 줄여서 ‘풍경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선 루브르 박물관 회화관 수석 학예연구원인 ‘뱅상 포마레드’가 “그 무엇보다도 자연이다”라는 제목으로 쓴 글을 읽었습니다. 시대에 따른 대략적인 서양미술의 흐름과 이번 전시의 소주제별 특징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서양 풍경화의 역사”에 대한 김영나(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 교수) 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주로 16세기 이후에 초점을 맞추어서 주요 화가들을 소개하면서 풍경화가 어떻게 발전되어 나왔는지를 알려줍니다. 역시 모든 공부의 기초는 유래와 역사를 공부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현재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후로 그림에 대한 설명들은 속독으로 대강 훑어보려 합니다.


독서에 속도가 붙으니 책을 읽는 재미가 더욱 쏠쏠합니다. 오늘부터 출퇴근길에는 ‘최순우의 한국미 산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그 유명한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읽어보려 합니다. 조선 후기 회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어 루브르전 도록과 대비해서 읽으면 훨씬 더 흥미진진할 듯합니다.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입니다.


오늘 <시경> 공부는 어떠셨는지요? 재미있었나요? 요즘 또 편지가 뜸하십니다. 그려.


2007 1.17 산비



“소백산 기슭 부석사의 한낮, 스님도 마을 사람도 인기척이 끊어진 마당에는 오색 낙엽이 그림처럼 깔려 초겨울 안개비에 촉촉이 젖고 있다. 무량수전, 안양문, 조사당, 응향각들이 마치 그리움에 지친 듯 해쓱한 얼굴로 나를 반기고, 호젓하고도 스산스러운 희한한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진다.”


어떻게 이렇게 정결하고 맛깔나게 부석사의 정취를 표현해낼 수 있을까요? 한 번은 세밀하고 섬세하게 사물을 관조하는 선생의 미적 안목에 대해 감탄하게 되고, 또 한 번은 그것을 묘사하고 표현해내는 선생의 토속적이고 담백한 필체에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혜곡 최순우 선생은 신록의 여름이나 화사한 봄, 단풍의 가을산보다 그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잿빛 겨울 숲에서 우리 아름다움의 어떤 본질을 느끼셨다고 합니다. 앙상한 가지만 남아있는 겨울 숲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잿빛 겨울 숲이 함축하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다시 한번 반추해보아야겠습니다.


글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모든 표현들이 아주 시적입니다. 그가 구사하는 형용사, 부사, 동사들이 옛 사물들을 살아나게 하고 일으켜 세웁니다. 글에서 생동감이 느껴지고 책 속으로 빨려 들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무량수전에 대한 글을 읽고 나니 한 번 꼭 가보아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듭니다. 안양문에 올라앉아 눈앞에 굽이굽이 펼쳐진 소맥산맥의 산줄기들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과연 그러한지. 오늘도 아름다운 하루 만들어보세요. 파이팅!

2007 1.18 당신의 좋은 친구 산비

매거진의 이전글티벳 사자의 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