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재미

by 산비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던 저명한 학자, ‘피터 드러커’가 지난 11일 사망하였습니다. 그는 정보화 시대, 지식경영의 예언자이자 살아있는 경영학의 역사였다고 합니다. 그의 비중이 얼마나 지대했던지 연일 신문에선 그에 관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는 나이 여든에 페루 미술을 연구 중이었답니다. 무엇하려고 페루 미술을 공부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사람은 언제부터 늙는 줄 아는가. 그것은 호기심이 없어질 때부터야”


불상의 의미와 우리 불상의 한국적 특징을 알고 싶다고 하셨죠? 종교를 떠나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이해하고 싶어 하시는 프로네 님의 마음이 갸륵합니다. 그 호기심을 나이 팔십, 구십까지도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자기 자신의 길을 찾고, 그곳에서 참된 자아를 대면하는 여정이 자기완성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하신 프로네 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참 좋은 지적입니다. 그렇다면 ‘참된 자아’란 무엇을 말함입니까?


인간은 어쩔 수 없이 고독한 존재입니다. 세상에 갑자기 생긴 것은 없고, 홀로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람은 혼자선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려 애씁니다. 하지만 돌고 돌아 어느 순간 다시 혼자가 되고 맙니다. 문득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밀려오는 외로움과 고독감이 무섭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종교를 갖게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신이 늘 함께 하고 있다는 안식을 얻기 위해서...


나이 사십이 되면 얻어먹지 말고 쓸 줄도 알아야 한다는데, 과연 나는 지금까지 배우고 얻은 바를 사회에 돌려주고 있는지 반성해 봅니다. 사랑의 샘물을 퍼내면 퍼내는 만큼 다시 채워진다고 합니다. 베푸는 삶, 삶을 살아가며 부단히 실천하고 행동할 덕목으로 자리매김해봅니다.


2005 11.14 산비



오늘부터는 전에 읽다가 중단했던 ‘포리스트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다시 읽기 시작했습니다. 6살 인디언 꼬마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자연에 대한 이야기들이 너무나 순수하고 순진하여 감동적입니다.


“4월의 비에는 상쾌하고 들뜬 기분과 왠지 모를 서글픔이 함께 배어 있다. 그 비는 서글픈 기분을 갖게 한다. 아무도 그걸 붙잡아둘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건 눈 깜짝할 새에 스러져가는 그리움 같은 것이었다.”


우리 삶은 늘 불안정의 연속입니다. 나와는 관계없이 외부로부터 거대한 계획이 쉼 없이 세워지고 집행됩니다. 삶의 주변 작은 곳에도 참혹한 사고의 함정이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알지 못할 불안감 속에서 들뜬 듯 휩쓸리는 것이 우리 일상입니다. 나는 나인데 내가 없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서서히 몸은 낡아갑니다.


인간은 결국 외로운 존재이고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대상으로 사람을 찾다가, 궁극에는 자연으로 달려가게 됩니다. 경지에 이른 사람들은 다들 산으로 들어가잖아요. 저도 나중엔 산으로 달려가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을 다 훌훌 털어버리고 깊은 내면의 세계에 침잠하기 위해서...


2005 11.15 산비



오늘은 ‘사이토 다카시’의 책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을 읽었습니다. 사람들로부터 ‘글발’이 있다는 말을 종종 듣기는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아직 아마추어적인 글쓰기라 제가 생각하는 바를 오롯이 전달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제목이 주는 힘에 이끌려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이 명쾌하여 “아! 맞아 맞아” 하며 무릎을 치게 만들 정도로 와 닿습니다. 저자는 우선 글쓰기를 마라톤에 비유하여 쉽게 설명합니다. 원고지 한 장 쓰는 것을 달리기 1km 하는 것에 빗댑니다. 처음에 10km를 달리자고 하면 다들 겁을 먹고 꽁무니를 뺍니다. 하지만 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면서 훈련을 하면 10km 정도는 누구든지 달릴 수 있게 됩니다.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일단 무조건 좋은 글이든 아니든 가리지 말고 뭐든지 원고지 열 장을 채워서 자꾸만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10km를 달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달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스트레스를 느끼는 정도가 전혀 다르다는 것입니다. 원고지 열 장을 채워서 글을 쓰는 데 성공하고 나면, 해냈다는 자신감과 경험에서 이제 원고지 20장, 30장을 써보고 싶은 욕심과 힘을 얻게 된다 합니다.


저자는 또 말하기와 글쓰기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말은 내뱉는 즉시 사라져 버리지만, 문자는 영구적으로 남는다는 것이죠. 때문에 글쓰기를 통해 체험과 경험을 더욱 의미 있는 것으로 남길 수 있으며, 순간적이며 불안정한 일상의 경험을 의미 있는 것이 되도록 하는 것이 글의 역할이라고 말해줍니다.


주제가 있고 논지가 분명한 글을 쓰려면 무엇을 쓸지, 어떻게 구성해나갈 것인지, 어떻게 하면 자신의 견해를 독특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 하므로 글쓰기는 사고력을 길러준다고 합니다. 사람은 글을 씀으로써 자신의 내면세계를 보다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됩니다.

프로네 님에게 이렇게 책을 읽고 편지를 쓰는 것이 저로서는 저 자신을 한 번 더 들여다보고 생각을 정리해보게 합니다. 글을 쓰는 자체의 재미를 가져다줍니다.


고맙습니다. 존재해주셔서.


2005 11.16 산비


- 저도 나를 생각하는가 -


오늘 아침엔 전에 이야기 한 적 있는 ‘발자크 그라시안’의 <세상을 보는 지혜>를 읽으며 출근하였습니다.

인생을 사는 지혜를 담은 경구들과 그에 대한 해설이 실려 있습니다. 저자의 생각이 상당히 독특하고 예리합니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도 있고 너무 현실적이지 않나 여겨지는 부문도 있습니다. 제목만 몇 개 소개해 드립니다.


고른 성품을 지녀라/ 용서할 만한 잘못은 스스로 받아들여라/ 팔방미인이 되려 하지 말라/ 험담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유의하라/ 일에 의혹이 들 때는 분별없이 덤비지 말라/ 배짱으로 숭고함을 얻어라/ 행복을 한 입 크게 불려면 소화할 수 있는 위장을 지녀라/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지 말라/ 그대의 의지를 암시적으로만 나타내라/ 친분 있는 사람들의 결점에 익숙해져라/ 일이 아닌 것을 일거리로 만들지 말라/ 말과 행동에서 경외감을 일으켜라/ 편견 없고 자유로운 영혼의 능력을 지녀라


오늘 책을 한 권 선물 받았습니다. 평소에 늘 책을 가까이하고 좋아하는 저를 눈여겨봤던 모양입니다. 무량 스님 수행기 <왜 사는가>입니다. 책을 선물 받으니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하지만 숙제 하나를 또 받아 든 것 같아 마음이 바빠집니다.


한순간에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것들은 나쁜 일들이 대부분이며, 우리 삶에서 행복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정신과 의사 ‘고든 리빙스턴’은 그의 책 <too soon old too late smart>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 부모님 별세, 실직, 실연, 의사가 들려주는 무서운 소식 같은 것들은 단 하루 만에 벌어지는 일들이고, 대신 안 좋은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 새로운 언어를 마스터하는 것, 나이 들어 진짜 우정의 친구를 새로 사귀는 것 같은 일들은 결코 갑작스레 찾아오지 않고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어떤 텍스트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식의 지평의 구조가 달라진다.”


그렇습니다. 우연하게 접한 어떤 텍스트를 통해 우리 인생은 큰 전환점을 이룰 수 도 있습니다. 가치관의 일대 변혁을 가져올 수도 있고 삶을 바라보는 자세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고전은 읽을수록 삶의 맥락과 연관되기 때문에 의미가 점점 더 전체적인 흐름에서 이해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죠. 삶의 연륜이 쌓이면 같은 문장을하고도 깨닫는 바가 달라집니다. 전체적으로 관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면서 한쪽으로 편협되어 있던 해석의 다른 면을 보게 됩니다, 생각의 균형을 잡아갑니다. 어찌 보면 나이 듦의 미덕이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 든다고 저절로 아무나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단히 깨어 있으려 애쓴 사람만이 삶의 진실한 맥락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05 11.17 산비



결국은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인격, 존재감, 정체성 이것이 중요합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를 떠올리면 안정적으로 와 닿는 그의 품격, 정체성. 그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풍겨져 나오는 존재감. 그래서 그 사람이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공간을 꽉 채우고 풍족해지는 느낌. 같이 있으면 왠지 일이 잘 될 것만 같은 믿음을 주는 힘.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절대 어설프게 펼쳐 보이지 않는 겸허함. 진실되고 세밀한 마음 씀씀이. 저도 그런 인격을 갖추고 싶습니다.


위대한 배우는 그 사람이 그 영화에 나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기대감과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그것이 바로 존재감입니다. 허균은 자신보다 나이가 아홉 살이나 아래였던 화공 ‘이정’이 죽자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 그림을 중히 여기지만 나는 그 사람을 중히 여겼다오.”
먼저 그의 사람됨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허균과 기생 ‘계랑’은 진정 어떤 만남을 가졌던 것일까요? 계랑은 30살의 나이차를 넘어 사랑을 나누었던 유희경을 떠나보내고 이렇게 노래합니다.

“이화우 흩뿌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천 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

관기가 처했던 시대적 상황을 잘 헤아려보아야 하겠지만 다분히 끼가 있었던 여자로 보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그녀의 재주와 인간을 아꼈던 허균은 그녀와 시문을 통해 교류하고 거문고의 흥취와 불교에 대한 심취를 공유하며 교분을 나눕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오래 사귀었으나 몸을 나누지는 않았다. 그녀는 음란함을 즐기지 않았고, 나는 난잡함을 미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오래 우정을 지속할 수 있었다.”

오늘 아침 버스 안에서 읽은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에 나오는 내용에 제 생각을 몇 자 덧붙여 보았습니다.


오후에는 사이토 다카시의 책 <원고지 열 장을 쓰는 힘>을 완독 하였습니다. 책 두께도 얇지만 필체가 간명하여 쉽게 잘 읽힙니다. 저자가 글 쓰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인지라 자신의 책을 통해 모범적인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글쓰기에 대한 실용 서적이긴 하지만, 단순히 글 쓰는 기법에 대한 참고서로서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책의 끝머리에 문장력을 키우고 내공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메일보다 일기를 써보라고 강조하는 대목에서 찔림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공허함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남이 인정해주는 것만 지나치게 추구하다 보면 늘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된다. 그래서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공허함을 위로받으려는 것이다."

"자기를 이해해줄 것 같은 사람에게 이메일을 보내서 그때그때 감정을 발산해버리는 것보다, 일기를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조명해보고, 깊은 성찰로 그 고통을 정면으로 뚫고 나가야 한다.”

앞으로 이메일은 그만 쓰고 그냥 일기나 써야할까 봅니다. 후후


2005 11.18 산비

이전 07화감옥으로부터의 사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