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예능 프로그램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MBC는 과연 음악 예능을 이끄고 있다고 할 만큼 인기 있는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했다. 최근 트로트 열풍으로 <최애 엔터테인먼트>나 <트로트의 민족> 등 트로트 장르의 예능 프로그램이 제작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MBC의 대표적인 음악 예능은 단연 <나는 가수다>, <듀엣 가요제>, <복면가왕>이라고 생각한다. 이 세 프로그램 모두 파일럿 편성 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정규 편성으로 이어졌으며, 시청률과 화제성 측면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선정한 MBC 3大 음악 예능 <나는 가수다>, <듀엣 가요제>, <복면가왕>을 각 프로그램을 나타내는 키워드 별로 살펴보고자 한다.
<나는 가수다>는 2011년에 처음 방영되었으며 그 후 시즌2, 3으로 이어졌고, 중국으로 포맷이 수출되기도 했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나는 가수다>는 실력 있는 가수들이 모여 매회 미션 곡으로 경연을 펼치는 방식이다.
지금 보기엔 포맷 자체가 특별하지 않은 것 같은데, 우리가 익숙하다고 느끼는 이 포맷이 <나는 가수다> 이후로 확산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가수다> 이전, Mnet <슈퍼스타K> 등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었고 일반인이 노래로 경연을 펼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직업이 ‘가수’인 사람들이 음악으로 경연을 하면서 탈락자가 발생하는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됐다. 따라서, <나는 가수다>는 그 당시 음악 예능 프로그램과 차이가 있으며 그 후로 방영되는 많은 음악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당시 출연했던 가수들의 라인업은 과연 대단했다. 임재범, 박정현, 윤도현, BMK, 이소라, 김연우, 김범수 등이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미션 곡으로 경쟁을 펼친다는 것은 지금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런 ‘레전드가수’ 간의 경쟁이었기에 더욱 기억에 남고, 대단한 무대들이 아직까지 마음 속에 존재하는 게 아닐까.
▲ MBCkpop, 박정현-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지금 같은 힘든 상황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무대로, <나는 가수다> 10회 ‘박정현-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골라보았다. 원곡가수인 조용필의 곡을 리메이크 하여 방영 당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레전드 무대라고 여긴다. 이 무대를 이루는 박정현의 목소리와 노래 가사가 현재 어려운 시기에 감동과 위로를 준다고 생각되어 선정하게 되었다. 2020년 한 해를 돌아보며 힘들고 지쳤던 우리 모두의 마음과 처지를 조금이라도 아물게 해주는 무대라고 생각한다.
<듀엣 가요제>는 2016년부터 약 1년 간 방송되었으며, 당시 타방송사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과 비교하여 높은 시청률을 유지했다. <듀엣 가요제> 실력 있는 ‘일반인’과 가수가 ‘듀엣’으로 한 팀이 되어 다른 팀과 경연하는 방식이다.
음악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반인이 출연하는 포맷이 존재하긴 했지만, 그들과 듀엣이 되어 경연하는 포맷은 <듀엣 가요제>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가수와 일반인이 듀엣이 되어 펼치는 무대에 앞서, 일반인들의 다양한 사연을 조명하면서 <듀엣 가요제>가 그들의 꿈을 이루어 주는 특별한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헤럴드POP 노윤정 기자의 ‘[듀엣가요제 종영①]격려·응원 있는 따뜻한 무대’ 기사에서 연출을 맡은 강성아PD는 “무거운 경연으로 가기 시작하면 아마추어 분들도 신경이 쓰이고, 가수분들 부담도 너무 커지고요. 그래서 저희는 이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는 무대로 만들고자 했어요. ‘오늘은 축제의 날이다’ 이런 기분으로 하자 싶어서 경연의 긴장감도 최대한 덜어내려고 하고 있어요. “라고 밝히기도 했다. 꿈을 이뤄주는 무대로써 <듀엣 가요제>는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과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한층 마음 편하게 무대를 감상하고, 꿈을 응원하며 시청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 MBCentertainment, 산들, 조선영 - 길
<듀엣 가요제> 5회 ‘산들, 조선영 - 길’ 무대를 선정한 이유는, 이 역시 현재 상황에서 듣기만 해도 심금을 울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G.O.D의 길’을 산들과 조선영 팀의 색깔으로 재해석하여 <듀엣 가요제> 했5회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다. 듀엣인 만큼 서로의 목소리로 보완하며 완벽한 호흡을 자아냈고, 진심이 담긴 두 사람의 목소리는 충분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혼란스러운 상황 가운데, 불안하고 길을 헤매는 우리의 모습을 그려내는 가사는 그 자체로 공감과 격려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복면가왕>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방영되고 있으며, 장수하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국내에서 오랜시간 인기를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총 20개국에 판권이 수출되기도 했다. <복면가왕>은 ‘복면’을 써서 나이, 신분 등을 숨긴 연예인들이 오로지 ‘목소리’로만 경연을 펼치는 방식이다.
복면을 쓰고 노래를 한다는 발상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패널과 시청자들이 목소리로 출연진의 정체를 추측하는 재미에서 나아가, 노래를 부르는 출연진 당사자가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목소리로만 평가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돌 가수, 배우, 개그맨, 래퍼, 성우 등이 재평가되기도 했고, 출연할 용기가 없던 사람들에게는 익명이라는 힘을 빌려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 점점 승패보다 출연하는 것 자체로 편견을 깨고 자신만의 무대를 펼칠 수 있다는 의미가 생긴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런 출연진의 도전을 응원하며 때로는 놀라워하며, <복면가왕>의 이러한 특성을 계속해서 보고싶어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 MBCentertainment, 노래9단 흥부자댁- Home
<복면가왕> 116회 ‘소향(노래9단 흥부자댁) - Home’무대를 #MYPICK으로 선정하였다. 소향(노래9단 흥부자댁)은 53-58대 가왕으로, 박효신의 'Home'을 선곡하여 가왕방어전 무대를 펼쳤고 6연승을 거머쥐었다. 소향의 서정적이고 맑은 음색과 고음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많은 것들이 변화한 지금 이 순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을 나타내는 것 같아 더욱 큰 위로로 다가온다. 불확실한 삶이지만 내일로 달려간다는 가사는 공감을 느끼게 하며 우리에게 언젠가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