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걷는 걸 좋아했어요.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계절이 바뀔 때마다 길의 냄새가 달라지는 게 좋았죠.
봄에는 새싹이 발끝에 인사를 했고,
여름에는 바람이 나뭇잎 사이로 웃었어요.
가을에는 낙엽이 편지처럼 날아와 발자국을 덮었고,
겨울에는 눈송이가 귀 끝에 살짝 내려앉았죠.
사람들은 물었어요.
“그렇게 매일 걸으면 뭐가 좋아?”
토끼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대답했어요.
“글쎄… 아마도, 걸을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나를 만나는 게 좋아서일 거야.”
그리고 토끼는 다시 천천히 걸어갔어요.
다음 계절의 향기를 만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