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지붕 밑에 살던 어린 시절의 우리 집은 특별했다.
안방과 거실로 이어지는 짧은 복도가 있었고, 그 사이에는 어른 두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구멍 너머에는 미완성된 집의 넓은 공간이 있었다.
어느 날 엄마와 아빠는 그 안에 작은 텐트를 하나 설치하시며 앞으로 이곳이 우리의 놀이터가 될 거라고 하셨다.
그곳은 오직 우리 가족만이 아는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다.
집주인도, 이웃도 모르는, 우리만의 아지트
언니와 나는 수시로 그곳에 드나들며 책을 읽고, 낮잠을 자고, 장난을 치고, 끝없는 놀이에 빠졌다.
더없이 행복했던 순간들이 그 작은 공간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공사 아저씨들이 나타나 구멍을 막기 시작했다.
어린 마음에 이해할 수 없었다.
“아저씨, 왜 막아요?”
나는 물었지만,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 대신 구멍을 계속 메워나갔다.
그날 이후 아지트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은 내 안에 깊이 남아, 여전히 따듯한 추억으로 살아 있다.
나는 이제야 안다.
행복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라, 잠시 머물다 가는 작은 순간들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구멍 너머 텐트 안에서의 웃음과 속삭임처럼.
안녕, 나의 추억.
그리고 반가워, 앞으로 새로이 쌓여갈 추억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