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샤워를 할 때마다 숫자를 세는 버릇이 있다.
머릿속으로 “하나, 둘, 셋…”하고 셈을 이어가다 보면, 마치 나만의 타이머를 작동시키는 기분이다.
사실 휴대폰 타이머를 켜 두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숫자를 세는 단순한 행동 속에서, 나는 묘하게 안정감을 얻는다.
평소의 나는 전혀 계획적인 사람이 아니다.
책상 위는 늘 어수선하고, 해야 할 일들은 메모장 속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종종 잊히기도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샤워할 때만큼은 철저하다.
머리를 감는 시간, 샴푸 거품을 헹구는 시간, 린스를 두고 기다리는 시간까지.
머릿속에서 숫자를 세는 동안 나는 나도 모르게 흐름을 관리하고, 작은 질서를 만들어낸다.
이 습관은 누군가에게는 별 의미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조금 다르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소하지만 확실한 리듬을 주기 때문이다.
숫자를 세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내 삶이 정리되고 있다는 착각 아닌 착각에 빠진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이런 작은 습관을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을까.
누군가는 잠들기 전 다이어리를 펼쳐 하루를 기록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커피를 내리는 의식 같은 루틴에서 안정감을 찾는다.
거창하지 않아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런 습관들은 우리를 매일 같은 자리에서 버티게 해주는 힘이 된다.
나에게는 그것이 숫자를 세는 일이다. 아주 사소한 습관이지만, 그 작은 습관이 나를 정리해 주고, 결국 나를 지탱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