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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파

바람을 찾아 엇갈린 길.

by SuN ARIZONA


붉은 차단기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지상, 지하 - 두 화살표가 서로 다른 하늘을 가리킨다.

잠깐 머뭇이다가, 핸들을 왼쪽으로 틀었다.

어차피 지하로 갈 거면서도, 괜히 1초쯤 멈춰 섰다.


햇빛이 사라지는 길로 미끄러질 때

창밖너머, 세 대의 차량이 나란히 위로 오르는 게 보였다.

나와 같은 승용차인데, 저 위엔 무엇이 있을까.


짧은 생각이 운전대에 머문 채로 차는 그대로

내리막길을 통과했다.

차창 너머의 밝음이 끊기자, 차 안 공기도 눅어졌다.

밤낮을 알 수 없는 콘크리트 천장 아래

구름과 비가 닿지 않는 그곳에서 나는 잠시 정지해 있었다.


선뜻 나지 않는 용기에 망설였지만,

지루한 마음이 흔들려 바람이 그리운 날엔

하늘을 향해 엑셀을 꾸욱 밟아볼까.


까치발로 위로 오르는 차들도, 바람을 그리워하는 날이었을지 모른다.

지상으로 올라가 볼 꿈을 꾸지만, 오늘은 지하주차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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