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운다.
해는 쨍하다.
그러나 창틀 아래서 타일을 닦는
나에게만은 바람이 분다.
새로운 계절이 온다.
바람이 분다.
이사한 지 1년.
다시 여름이 오면 여기 바닥을 반질반질하게 닦고
폭신한 방석 하나를 깔아 두려 했다.
그리고 이 곳에 앉아서 책을 읽어야지.
발바닥에 닿는 시원한 타일의 감촉이면
충분하겠지.
여름.
여전히 마음과 타일 바닥에 먼지가 쌓였다.
짐은 모두 치워두었는데
언제 바닥을 닦아야 할지 나는 알지 못했다.
장마가 왔다. 창문을 꼭꼭 닫았다.
오늘이다. 오늘이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 알았다.
오늘이 먼지를 닦을 날이다.
에탄올을 담뿍 머금은 젖은 천으로
모두 깨끗하게 닦아낼 시간이다.
반질반질하게 바닥을 닦는다.
등 뒤로 열이 오른다.
이내 바람이 불어서 열기를 식힌다.
새로운 계절이다.
피부를 스치는 바람이 기분 좋은,
새로운 계절이다.
이제 이 곳에 앉아도 된다.
맨발로 딛고 서도 좋다.
읽어도 좋고, 써도 된다.
바람이 분다.
새 계절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