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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렸다.

나라는 정류장에.

by 이정연



타고 지나가버릴 줄 알았다.

늘 내 인생에 행운은 오는 듯 그렇게 지나갔으니까.

당신은 지나가지 않고,

나와 함께 걷고 싶다며 자전거에서 내렸다.

기꺼이 내 손을 잡았다.


20대의 언젠가 말한 적이 있었다.

나와 꼭 닮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그 한 문장에 내포된 수십 가지를

당신이 모두 가지고 있음을,

함께 걷는 내내 발견하고 있다.


밤이 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어도 부족한 우리는

또 새로운 서로를 발견해가고,

언젠가는 서로에게 익숙해지겠지.


내가 알지 못하는 언어를 당신에게 배우려 한다.

그런 결심에는 오랜 고민이 필요치 않음을

당신을 만나고 생애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당신에게 배운 그 언어를

우리의 대화에만 쓰게 되겠지.


인생의 무의미한 처음들의 집합은

당신을 처음 만난 그 순간 내다 버렸다.

이제사 고백한다.


나는 결코 죽지 않지만,

혹여나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한 마디에

내 온 기관들이 찌르르 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지, 속절없이 하염없이.

그러나 은은하게 오래도록.

당신이 원하는 한

당신을 사랑한다.


이제,

당신으로 인해 사랑이라는 단어의 색채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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