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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by 이정연


*오늘의 제목은 좋아하는 이병률 작가의 책 제목을 차용하였습니다. 뻔히 보이는 표절 아님. 찡긋.








어스름 날은 밝아오고 있었다.


태풍의 냄새가 섞인

그러나 차갑지는 않은

차분한 새벽의 공기였다.


창가에서 두어 걸음 떨어져

그 행복의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당신을 닮았다 이 공기


뜨거운 오후

땀방울을 간질이는 산들바람이 불어올 때

생각했다 이 바람은 당신 같다


힘든 네 시간이 지나고

내 방에 몸을 뉘었을 때

솔솔 불어오던 그 바람 당신처럼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까무룩 잠이 들었다

짧은 꿈에

당신의 얼굴이 보였다


나를 흔든다

그러나 동시에 나를 차분하게 만드는

그런 당신이 쉴 새 없이 불어온다


생애 단 한 번도 없었던 계절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귀하고 무거운 마음


당신이 불어오던 순간

눈을 감았다

모든 세포가 깨어나 그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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