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나를 위해 글을 쓰고자 한 일이,
나를 망치는 일이 될까 봐.
나무 같은 너의 말에,
덤덤한 너의 말투에 나는 흠칫했다.
너는 나의 상사가 아니지만,
너는 나의 친구고
너는 나의 동료고
너는 나의 언니고
너는 나의 등대거든.
너의 생각이 나는 중요하고,
가끔 네가 어찌 생각할까 쪼그라들기도 하지.
부끄러워서. 한 없이 부끄러워서.
교복을 입은 너를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나는 네가 너무 크게 보였거든.
우리는 모두 내면에 미숙한 아이를 데리고 살아가지만
너만은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았어.
너는 나에게 아픈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데
나는 그 모든 순간에 너의 문을 두드려서.
잡아준 너의 손은 따스했지만,
네가 나를 보듬어 준 모든 순간은 선명하게 남아
오늘도 나를 살게 하지만.
나는 너에게 무언가 해 준 일이 없는 것 같아서.
오늘 너의 취나물이 맛이 없는 이유가
꼭 나인 것만 같아서
나는 살짝 기운을 잃는다.
그러나,
취나물이 맛있어지는 계절에,
너는 예쁘고 맑은 얼굴로
퇴근길에 벚꽃을 보게 될 거야.
그냥 나는 그런 예감을 해.
그러므로 나는 건강하게,
너의 퇴근길을 위해
너를 걱정시키지 말자고
차분하게 다짐하며 지는 해를 본다.
모두가,
사랑해서 하는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