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필요하다.

by 이정연



시가 필요하다.


순간은 영원하지 않아,

나를 웃게 하고

설레게 하고

돌아서서 나를 때린다.


인생은 대체로 가혹하다.


덜컹거리는 전철 속,

평범하지만 특별한 그들 속에 섞여

함께 퇴근을 한다.


노오란 시집을 꺼냈다.

시가 필요했다.

이어지는 두통에

시 같은 명약이 없다.


새 생명을 위한 핑크 카펫에

건장한 청년이 앉아 있다 내렸다.

복잡한 전철에서는 머뭇거리는 것이 민폐라 생각하여

새 생명을 잉태 할 리 없는 내가

빠르게 그 자리를 꿰 차고 앉았다.

새 생명은 없으나,

매일 같이 새로운 미움은 잉태하고 있다.


인생도 그러하겠지.

모두가 있어야 할 자리에

온전히 있기란 힘들다.


시를 삼키다 두통이 더 심해졌다.


친구가 이 시를 먹어보렴.

나에게 시 몇 알을 건넸다.

두통은 가시지 않았으나,

시가 쓰고 싶어졌다.


사랑을 모르는 자들이

사랑을 꿈꾸듯이.

시를 모르는 나는

언제나 시가 쓰고 싶다.


함축과 함의가 없는 시를 쓰고 싶다,

지나온 봄에

그 말을 내가 하였다.

있는 그대로 노래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나 나는 또 시를 쓰고 있다.

당신은 알 수 없을 함축과 함의를 담아.

당신은 영원히 알 수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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