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어느 마음

by 이정연


우리 엄마 또래의 구독자님이 생겼다.

그분이 나를 구독해주신 일만으로는 알 수가 없는 사실이지만, 그분이 남기신 댓글을 통해 대략의 연세를 수 있었다.



엄마는 59년생이다.

카톡은 보낼 줄 알지만, 프로필 사진은 설정할 줄 모르고

단톡 방 여러 군데에 소속되어 대화는 나누지만

단톡 방에 다른 사람을 초대하는 방법은 알지 못한다.

책 읽는 걸 좋아해서 나에게 책을 추천받아서 읽곤 하지만, 좋은 글이 많은 브런치는 읽을 줄 모른다. 실은 혼자서는 앱 설치를 할 줄 모르고, 아마 앱을 깔아드려도 어떻게 찾아 읽어야 할지 모를 것이다.


그래서 한 구독자님의 댓글을 읽자마자,

아직 글을 쓰지 않는 분이었음에도 대번 구독을 눌렀다. 따뜻한 마음이 한가득 담긴 댓글이었는데 당장에 답을 할 수 없어서, 책의 어느 페이지에 보람줄을 드리우듯 그렇게 구독을 눌렀다. 그때는 밖에서 일을 보는 중이어서, 집에 돌아가면 그분이 길게 남겨주신 마음 그 이상의 글을 나도 그분에게 돌려드리고 싶었다.

밤이 되어서야 귀가했다.

씻고 나서 잠시 통화를 하고 이전 댓글들에 답을 하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었다.


정신이 맑은 다음 날 아침 다시 그분의 댓글을 찾았다. 사라졌다.

그 길고 긴 댓글이 왜 사라졌을까. 그분이 지우신 걸까.

속상했다.


첫사랑을 잃고 나서 난봉꾼이 되어버린 소지로(F4소속)가 유키(츠쿠시 친구, 순수녀, 멍청이)한테 써먹었던 그 말이 떠올랐다. '일기일회(一期一會)'-생애 단 한 번뿐인 인연.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는 이어 붙일 수 없는 인연에 관한 이야기. 인생에 얼마나 많은 '순간'들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사실 그래서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지만, 돌다리를 두드리다 못해 그 위에서 쾅쾅 뛰어 본 다음에야 건너지만 가끔 그러지 않을 때가 있다. '이 길이다!' 싶은 마음이 들 때는 망설이지 않고 일단 밟아본다. 그런 내가 잠깐 보람줄을 걸어둔 사이, M님의 마음은 사라졌다.


브런치는 오묘한 공간이다. 대체 이건 무엇인가 싶을 만큼 가깝다. 그러나 한편, 한없이 멀다. 그러니 이 곳에서의 모든 순간을 '일기일회'라 여기고 누군가의 마음을 잃지 않도록, 당신이 문을 두드리면 이제 나는 바로 문을 열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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