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이입니다.
아마 당신과 제가 마주 앉아 살아온 이야기를 한다면, 당신의 생각보다 제가 나이에 비해 겪어온 일이 많아 당신은 안타까워하고 어쩌면 제 어깨를 두드릴지도 모르겠네요.
글을 쓰면서 내면의 복잡한 모든 것이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글을 써 두고 되 읽다 보면, 만으로 9년이나 되는 투병생활도 나는 단단하게 잘 이겨내 왔구나. 처음으로 브런치에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이 곳에는 저를 늘 격려해주시고, 때로 동생처럼 예쁘다 귀엽다 해주시는 언니 오빠들이 늘 계셨거든요.
저는 월, 수, 금. 일주일에 세 번 가는 병원. 늘 비슷한 이른 아침 시간에 병원으로 출근하는 일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의 언젠가 아는 분이, 병원을 가는 것만으로도 너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라고 말씀하시기에 처음에 황당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 치료는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에 병원에 가는데 무엇이 대단한 거냐고 되물었더랬습니다.
그런데 어렴풋이 알겠습니다. 제가 지난 시간 동안 얼마나 능동적으로 버텨왔는지를요. 삶이 고단할 때, 변하는 공기의 냄새로, 하늘의 모습을 보며 그걸 위안 삼아 저는 꾸준히 걸어왔습니다. 대단치는 않지만, 삶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우리가 만난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있겠지요.
인간은 어쩌면 퇴보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저기를 떠돌며 읽었던 글 중에, '어른이 되기를 강요받은 아이는 어른이 되어 아이가 된다.'는 내용의 글이 있었습니다. 보자마자 내 얘기다! 생각했습니다.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 유치원생이었던 저보다 미성숙해졌습니다. 미성숙하고 싶습니다, 사실은.
누군가에게 떼써본 적 없고, 어리광 부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자연스레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었고, 사실 저는 심지어 친구한테도 이미지 관리합니다.
며칠 전 가장 친한 친구 JJ와 통화하는데 "착한 척하지 마라."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더랬습니다.
어리광 부리거나 징징거려도 된다고, 그런 글이라도 써서 안부 정도만 알려달라 하신 너무 좋은 독자님이 계셔서 저는 그동안 징징거리는 글도 나름대로 써 보았습니다. 마지막 징징은... 댓글을 남겨주신 독자님들... 아니! 친구분들께는 죄송하지만 발행 취소를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댓글을 달아주셨던 이모님께는 답도 채 하지 못하고 발행 취소를 해서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그동안 글도 정말 띄엄띄엄 써 와서... 다들 저를 잊으실 법도한데, 어쩌다 돌아와서 글을 쓰면 늘 같은 자리에서 저를 응원해주시는 친구분들이 계셨어요. 단지 댓글을 주고받고, 서로의 글을 읽는 것뿐인데 저는 그 안에서 늘 진심을 느낍니다. 그리고 한 분 한 분이 저에게는 큰언니 같고, 큰오빠 같고. 또 바로 위 몇 살 터울의 언니, 오빠 같아서 너무 좋습니다.
이 따스함 안에서 글을 계속 써 나가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제 글에서 쿨한 기운을 느꼈다고 말해요. 네, 친한 친구 JJ가 그랬습니다. 실제의 너와 달리 글 속의 너는 정말 쿨한 사람이라고.
오랜 투병생활을 거쳐오면서 사실 쿨해졌습니다. 이게 쿨하지 않으면 이 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어지거든요. 그런데 실은, 저 쿨하지 않아요. 뜨겁습니다. 마음이요.
그래서 앞으로는 뜨거운 글을 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브런치계의 정약용을 꿈꾸며, 열심히 글을 써볼 테니 그 간 방탕하게 절필(?) 한 것은 용서해주세요. 으히히히히.
이 자리를 빌려, 고백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