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에게

J에게

by 이정연


눈이 빛나는 소녀


목소리가 또랑또랑

귓전을 때려


너의 미소는

언제나 사람을 설레게 해


목의 흉터를 테이프로

정성껏 가려두었지만

사실 얘기 하기 전까지

나는 알지 못했어


내가 하나 얘기해줄게

모든 상처는 옅어져


나도 너와 비슷한 곳에

흉터가 있었어

너의 상처가 끝나는 그 지점에서

손가락 반마디만큼

쇄골쪽으로 내려가면

나의 깊은 흉터가 있었지


나는 예쁜 나이에

매일 보았어

거울에서 그 상처를

거울을 볼 때 내 눈을 봐야했는데

늘 그 상처가 먼저 눈에 들어왔어


그 때의 내 나이와

지금의 네 나이가 같을거야


나는 나의 빛나는 눈을 보지 않고

늘 거울에서

내 목의 불그스름한 상처를

먼저 찾았어

지칠 때까지

아마 몇 년 쯤 그랬던 것 같아


어느 날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어

흉터가 흐려지다 못해

아예 사라졌어


지금은 잠이 오지 않는 밤

그 자리를 만져봐

흉터가 있었던 느낌이

손끝에 닿아


지난 사랑의 기억처럼

매우 흐릿하게 닿아서

나는 한참이나

그 자리를 만지작거려


그리고 후회하지


보지 말았어야했어

그 때의 나는

상처가 흉터가 되는 과정을

매일매일 들여다보지 말았어야했어


나는 살아 있는

찬란하게 빛나는

한 청춘의

눈을 보아야했어

얼마나 그 눈이 예쁜지,

그래서 웃으면

보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나의 소녀

너는 그러지마

단 한 순간도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에

쓰지마

상처가 흉터가 되는 과정을 보며

매몰되지마


너의 빛나는 눈을

너의 환한 미소를 봐

그리고

언제나 내게 너를 보여줘

내게 손을 내밀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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