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받지 못한 자

by 이정연




스물 넷

너의 장례식에 가지 않았다


너의 장례식이 있던

그 대학병원까지

전철을 타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살고 있었다


우리는 같은 교정에서

수없이 부딪히고,

때로 마주 서서 손을 잡고

깔깔거리던 소녀들


나의 생이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너의 생이 어디에서 잘못되었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우리가 어쩌다

각기 다른 형태로

300km를 넘게 흘러왔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나의 스물넷은

너무 무거웠다


미처 정리하지 못해

책이 잔뜩 쌓여있는 책상

밤을 새워 소논문을 두드리고

이른 아침

옷깃을 여미며

나를 책임지러 나서는 길

나는 늘 뜨는 해를 보며 살았다

해가 뜨는 아침의 하늘은

다섯가지 빛깔이 났다


우리는 너무 좋은 나이

그러나 나의 청춘이 씁쓸해

너의 죽음 앞에

나는 마음 속 어떤 공간도

내어놓지 못했다


네가 떠나고

일 년 뒤

스물 다섯의 내가

너와 꼭 같은 기계를

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있을 때

생각했다


나의 장례식에는

누가 와 줄까

너의 장례식에 가지 않은 내가

가지 못한 내가

감히 죽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살아남았다


왜 이 밤

너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는지


나는 너의 장례식에

가지 않은 죄를

생의 모든 순간 짊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용서 받을 수 있을까


한 번도

행복한 적 없는

이십 대를 보냈어,

라고 말하면 너에게 변명이 될까


이 밤이 새도록

울고 또 울면

나의 바닥을 용서받을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바다도시에 사는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