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푹 잤다. 기억나지 않는 꿈을 헤매었지만, 괜찮다. 꿈은 한 줌도 현실로 데려오지 않고 깨어났다. 그러니 개운했다. 식빵을 구웠다. 한 장에는 남이 부쳐주는 계란을 얹어 먹었다. 나머지 한 장에는 버터를 발라 먹었다. 고소했다.
방에 들어와 멍하니 천장을 봤다.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그는 생생하게 살아있는데, 갑자기 왜 죽음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어제 혈액검사 결과가 나왔다. 모든 수치가 괜찮은데, 단 하나 인 수치가 많이 뛰었다. 주치의는 약을 더는 늘릴 수 없다, 고 말했었다. 괜찮다. 사실 탄산칼슘(인을 인위적으로 체내에서 결합해서 배출시켜주는 약이다)을 내킬 때만 먹었다. 그러다가 1월 말이 되어, 2월의 대학병원 외래가 떠올라서 급하게 다시 탄산칼슘을 열심히 먹는 척했지만 혈액검사 결과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수치가 6.3 이라고 했다. 그 숫자를 혼자 되뇌는 아침, 죽은 사람의 6.6이 떠올랐다.
죽은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그 언젠가 신 선생님이 말했었다.
서울에 있는 병원에 근무할 때 늘 칼륨 수치가 6점대를 넘어서던 환자가 있었어. 그 달에도 6.6이어서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몇 차례 줬었지. 그런데 그 날 투석을 받고 집에 갔다가, 다시는 병원에 오지 않았어.
왜??
그때가 여름이었어. 그 날 따라 집에는 수박이 있었고, 그 사람은 목이 탄다고 말하며 눈이 뒤집혀서 수박을 반 통이나 먹고 있었어. 가족이 한 사람 같이 있었지만, 말릴 틈이 없었지. 이미 6.6이었던 칼륨 수치에 수박 반 통이 더해져서 그 사람은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어. 죽고 사는 건 참 알 수가 없어, 정연아. 무서운 거야.
나는 죽지 않는다. 인 수치가 오르면, 몸이나 좀 가렵겠지. 헌데 그와 나의 숫자가 공통적으로 6으로 시작됨에 나는 그의 죽음을 들었던 날이 환기된다.
한 참을 멍하니 있었다. 생각하는 것이 싫어서 그냥 눈을 감았다.
머리맡에 두었던 핸드폰이 '지잉-'하고 울렸다.
눈을 떴다. 나는 지금도, 앞으로의 아주 오랜 순간동안도 살아 있겠지. 하지만 결국 죽음의 순간도 올 것이다. 그때, 나는 이 생을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나의 젊은 모든 순간이 두려워지기 시작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