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변명이다.
이 말도 사실은 변명이다.
말기신부전으로 투석을 받기 시작한 지 만으로 8년 하고 4개월을 지났습니다.
만으로 스물다섯 하고 한 달 남짓이 되었을 때 말기신부전 진단을 받았는데 이제 서른셋 하고 육 개월이 되었습니다. 내 병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데에 젊은 날의 대부분을 썼습니다.
모든 사람이 놀랄 정도로 밝고 유쾌한 환자로 살았습니다. 그러나 그 길은 거짓 그 자체였습니다.
나는 늘 병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모두에게 웃었지만 그렇게 보이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늘 아프다는 사실에 갇혀 있었고 결국 병을,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자살도 시도하였습니다.
자살기도를 한 이후 다니는 인공신장실로 돌아갔을 때, 수 선생님이 내 손을 잡으며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짜증내고 소리 지르는 환자들을 보느라 너를 몰랐다고. 늘 웃어서, 잘 견뎌서 너는 괜찮은 줄 알았다고. 그런 너를 들여다봐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모든 시간을 온전히 아픈 일에 썼습니다.
아무것도 이루어낸 것이 없습니다.
늘 인생의 모든 전환점에서 도망쳤습니다.
아프니까. 그 변명이면 모두에게서, 특히 나 자신에게 용서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변명을 하지 않는 인생을 살기 위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