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

정말 오랜만입니다.

by 이정연



초저녁부터 웅크리고 잠이 들었습니다.

사야 할 중요한 책이 있어, 10분 후에는 몸을 일으켜 책 주문을 해야지 결심한 것은 몇 시의 나일까. 그런 결심은 잠과 함께 이불 깊숙한 곳에 숨었습니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일일드라마 소리에 잠시 깨어나, 휘적휘적 거실로 걸어 나가서 또 휘적휘적 냉동고로 가서 얼음 한 컵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시원한 물을 가득 따라서 발칵발칵 마셨습니다. 한 동안 집 정수기가 고장 나 냉수 기능이 멈추어버리고 정수만 겨우 되는 상태의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평생을 냉수만 마시고 살아온 제가, 미지근한 물로도 버텨서 신기하다고 생각한 참이었습니다.


그러나 또 냉수를 들이켜고, 피시 앞에 앉아서 책을 주문했어야 할 몸은 다시 침대를 찾아 기어들어갔습니다.


실제 친구들이 구독자인 경우가 몇 있습니다. 요지간에 그들로부터 걱정의 말들을 들었습니다. 요즘 글이 올라오지 않더라? 가볍게 묻는 말부터 왜 글이 도통 올라오지 않냐는 걱정의 무게가 담긴 말까지.

그러다 마침 쓸만한 것이 떠올라, 정말 오랜만에 3일의 마감기한을 정해두었습니다. 그리고 걱정의 무게가 느껴졌던 친구들에게는 나만의 마감을 미리 고지했습니다.

3일 안에 글을 발행할 테니 너무 걱정마세요,라고.


그러려면 오늘 저녁부터 앉아서 생각을 짜임새 있게 만들어보고, 글을 써야 했는데...

책을 주문하고서, 그대로 앉아 글을 쓸려고 했었습니다. 그러나 냉수를 마시고 드러누운 채로 또 잠이 들었습니다.


징징- 작은 침대를 울리는 한밤의 진동에 눈을 떴습니다.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의 목소리에도 졸음이 잔뜩 묻어납니다. 다정하고도 아주 짧은 대화를 끝내고, 이대로 둘 다 이른 숙면을 하자며 내일의 연락을 기약하고 끊습니다.

평소 늘 소중한 사람보다 제가 한 발 앞서 전화를 끊는데, 아쉬움에 가만히 전화를 어깨와 볼 사이에 끼우고 있다가 그가 끊는 소리를 듣습니다. 쓸쓸함이 느껴졌습니다. 평소 늘 내 쪽에서 끊는 소리를 들었을 그의 쓸쓸함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고개를 30도쯤 틀어 쿠션에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초저녁에 잠들기 전, 글쓰기에 손을 놓은 나를 걱정하는 친구에게 퉁명하게 대했던 것 같습니다. 반성하며, 자는 동안 울린 브런치 알람들을 확인합니다.

오늘 오랜만에 좋아하는 작가님께 댓글을 남겼습니다. 작가님께서 답을 하셨네요. 어떤 말씀을 저에게 돌려주셨는가 작가님의 공간을 방문해보니 진심과 정성이 한가득 담긴 답들이 잔뜩 달려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작가님의 글을 좋아하고, 댓글을 다실만합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도통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음에도 늘 구독자로서, 친구로서 이 자리를 지켜주시는 모든 분들이 떠올랐습니다. 대단치 않은 글임에도 기꺼이 댓글로 저에게 힘을 실어주시고 마음을 보여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심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그냥, 깨어나서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계속 쓰고 있습니다. 쓸데 없는 소리여도 일단 쓰고 봅니다.


잠이 좀 달아나버렸습니다. 이제 이를 닦고, 세수를 하려 합니다. 그리고 아까 하려던 책 주문을 해 두고, 무엇이든 조금 써서 서랍에 넣어둔 후에 다시 누워야겠습니다.


여러분, 안녕?


새해가 되면서는 열심히 쓰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 아닌 선언을 했던 것 같은데 또 오랜만에 와서는 멋쩍은 인사를 건네봅니다.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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