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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자리에 서서

by 이정연






오늘
그 역,
그 자리에
몇 번이고 섰어요.


처음 당신을 만나던 날,

당신을 기다리던

그 자리에.

그때처럼

저기로
당신이 뛰어 올라올 것...
같지는 않았고.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살짝 가르마를 타서
손질한 단정한 머리

새하얀 셔츠에 까만 슬랙스

안에다 하얀 티셔츠를 받쳐 입어서

셔츠 단추는 세 개를 열어두었더라

신발만은 기억이 나지 않네.


귀한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고 하면

당신의 신발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까.


오후 다섯 시의 역을 기억해요

후텁지근했던 그 계절을 기억해요

숨막히게 설레던 순간을 기억해요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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