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역 앞에 내려놓고
당신은
나를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어두워서
뒤를 돌아보아도
당신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내 뒷모습을 보고 있을 거라는 것을 안다
그 언젠가 역사 안으로 들어와서
뒤를 돌아보았는데
당신의 차가 그대로 서 있었다
나를 보고 있었다
절대 플랫폼까지 내려와
손을 흔드는
유난스러운 일은 하지 않지만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사랑을 한다
나이 지긋한 연인이
기차 타는 곳에서
헤맨다
또 내 성질대로 참견하려다
말았더니
어느 새
내가 기다리는 엘리베이터 앞에
나와 함께 섰다
그들도 나와 같이
서울 방향으로 가는가봐
친근한 마음이 들어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두고
그들을 먼저 태운 다음에
따라 탔다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나이 지긋한 연인이
보기 좋았다
함께 기차에 오를 줄 알았던 그들은
갑작스레 손을 놓았다
그가 기차에 오르니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그가 문 밖으로 손을 꺼내
또 흔들자
그녀의 손도
활짝 웃으며 움직였다
그들을 지나쳐
나의 열차 칸으로 올랐다
그녀는 어느새 차창으로
자리를 옮겨
창에다 대고 그에게 손을 흔든다
애틋하고 아름답다
모두가 다른 이들
사랑하는 방식도
표현하는 방법도 다르다
마지막 순간까지
따라와서
손을 흔드는 일을 하지 않는다해서
당신이 애틋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한다
자신만의 사랑을
모두 애틋하고
모두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