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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by 이정연


아프고 나서

못하게 된 것 하나

라면을 먹는 일

원래도 썩 좋아하지는 않았던

그것을

내 병은 철저히 거부했다


때로,

혹은 자주

라면 스프가 뜨거운 물속에서

끓어서 퍼져 나오는

그 냄새만으로도

난 구역질을 하고

방문을 닫고 숨었다


너를 만나고

혹시라도 네가

라면을 좋아한다면

무리해서라도 같이 먹어야지

생각하던 찰나

네가 말해


라면을 좋아했었지

그러나

자주 배가 아프게 되고부터는

거의 먹지 않아

먹으면 어김없이 탈이 나거든


세상에

어쩌면 운명일지도 몰라

라면 하나로도

운명의 증거를 낚는다

사랑하는 대로 생각하게 되는

우습고도 좋은 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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