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by 이정연



전철을 탄다.

맞은편에 회색 머리칼 한

수수한 할머니가

나와 마주 앉았다.


내 왼쪽 두어 칸 지 누군가

좌석을 툭툭 두드린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지 않고

살짝 고개를 들었더니

마주 앉은 회색 할머니가 환하게 웃는다.

은행에서 얻었음직한 달력을 든

손으로 내 왼편을 향해 검지를 쏘아댄다.


할머니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좌석을 툭툭 두드린 이는

까만 단발을 뽀글뽀글 볶고서

친구를 부른 뽀글 할머니.


뽀글 할머니를 보자마자

회색 할머니 얼굴이 환해지네

그 미소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도 함께 환하게 웃었다.


쪼르르

뽀글 할머니의 부름에 따라

맞은편 좌석으로 옮겨

나란히 앉은 두 할머니는

재잘재잘 소녀들

아이, 귀여우셔라


두 소녀는 종착역까지 가지 않고 내린다

뽀글 소녀가 회색 소녀 손을 끈다

우리 왜 여기서 내려?

여기서부텀은 버스 타고 가아


손을 잡지 않아도

둘이 손을 잡은 것처럼 보이는

다정한 두 소녀의 모습에

마음이 따스하더니 울컥


삶의 여정에

기분 좋은 우연한 만남이 있다면,

동행하는 이가

어느 역에선가 불쑥 올라탄다면.

우리는

언제고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