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밥상

by 이정연


가난한 밥상이었다


가난과 바람으로 버무린

김장김치와

콩나물 무침과

콩나물 국과

계란 후라이


그 가난하고

초라한 밥상이

가난하고 초라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항상 사랑을 담뿍 담아

밥을 짓는 에미의 손길 때문이었


갓 지어진 밥 두 공기가

밥상 앞에 마주 앉은

두 아이의 얼굴 위로

하얗게 김을 내뿜으며

밥공기 속 밥알들은

반들들 윤기가 흘렀다


밥투정을 할 줄 모르는

말간 소년의 얼굴은

밥공기 속의 밥알보다

더 하얗고 예뻤다

가난을 알지만,

가난을 모르는 그 말간 얼굴을 보며

소녀는 코 끝이 찡함을 느꼈다


제 몫의 계란 후라이의

반절을 뚝 떼어내

소년의 밥 위에 얹어주었더니

말간 얼굴은

더 맛있게 밥을 오물거린다

어린 동생의 오물거리는 예쁜 입을 보며

소녀는 제 자식 먹는 모습만 보아도

배가 부른 부모의 마음을

어렴풋이 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

아주 추웠던 어느 겨울

외딴 시골의 작은 방

그 작은 밥상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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