迷兒

by 이정연


서랍은 어지러운데,

그 수많은 종이 중

완성된 문장은 단 하나도 없어

눈꺼풀이 떨려왔다


온 우주가

내게 손가락질하고

등 돌리는 것 같은 순간

나는 한 귀퉁이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누워

사정없이 울었다

베갯잇이 사정없이 젖었다


무엇이 행복이고

무엇이 불행일까

나의 집은 어디이며

나는 왜 한없이 고독하고

쉴 새 없이 슬픈 걸까


나는 완성된 문장조차

갖지 못한

무명의 시인

재능 없음이 나를 쉬지 못하게 한다

슬픔으로 미치게 한다


집으로 가고 싶다

몸을 동그랗게 말고

한없이 존재가 사라져 가는

기분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내게 등 돌리지 않고

내 등을 두드려 주는 사람들이 있는

집으로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