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7시 50분 전철을 탄다. 그러면 8시 1분에 내릴 역에 도달한다. 커다란 역사를 빠져나가서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린다. 초록불에 모르는 이들과 우르르 길을 건넌다. 나는 이미 목적지에 도착한 아침인데, 건너편의 사람들은 목적지를 향해 떠나야 하므로 잰걸음으로 달리다시피 한다.
건널목을 건너면 바로 2번째 건물이 나의 종착지. 무거운 유리문을 오른쪽 어깨로 두 번 밀고서 중앙의 에스컬레이터를 돌아 왼쪽으로 꺾으면 금빛으로 반짝이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10층에 있는 엘리베이터를 끌어다 탄다. 숫자 6 버튼에 빨간 불이 들어오게 누른다. 땡, 6층에 도착. 6층은 작은 식당과 꽤 너른약국, 그리고'매우 큰 상자'의 상영관이 왼쪽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른쪽은 모조리 우리 병원. 역에 도착해서 병원에 도달하기까지도 5~6분이 걸린다. 이게 내 평일의 출근길 여정.
역에 내려서, 역 바로 앞의 건물 6층에 도달하는 데도 이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오늘은 달랐다. 간밤에 일찍 잠들었다. 무척 오랜만이다. 여섯 시간 이상 푸욱 잔 것 같다. 6시 57분에 버스앱을 보니 전철역 앞까지 데려다주는 마을버스가 23분 후에 온다. 야호! 이러면 오늘은 평소보다 빠른 전철을 탈 수 있겠는걸? 15분 안에 씻고 옷 입고, 집을 나서면 딱이다.
어차피 내 방에서 내려다 보일만큼 가까운 버스 정류장이라 숨차게 뛰면 1분 안에도 도착할 테지만 난 여유를 즐기는 여자. 훗. 버스 도착 5~6분 전에는 집을 나설 생각이다. 사실은 뛰는 걸 싫어해서 미리 다닌다.
7시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완벽하겠다고 생각하며 핸드폰을 놓았다가 이내 다시 들었다. 겨울에는 기온 확인이 필수지. 지금은 영하 5도네. 대충의 옷차림을 생각하며 아주 짧게 마지막 포근함을 만끽한다.
7시.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는 상태로 이를 오래 닦는다. 눈꺼풀 위주의 고양이 세수를 한다. 상쾌! 8분 여가 지났다. 주황색 띠가 둘러진 안약을 양안에 똑똑 떨어뜨리고 눈을 잠시 꼬옥 감고, 수건으로 감은 눈꺼풀 주변을 톡톡. 이제 안경알을 깨끗하게 닦고 속옷을 입고, 침대 아래 서랍에서 반팔티 하나를 꺼내 입는다. 잠깐 화장대 앞에 앉아 서랍에 있는 머리 고무줄 하나를 꺼내서 거울을 보며 긴 머리를 한데 묶었다. 새로 산 새부리형 마스크 백에서 마스크 하나를 꺼내어 썼다. 검은 슬랙스를 입고, 청록색 코트를 걸친다. 목이 휑하니까 스카프를 두르고, 급히 가방에 문고판 책 한 권과 핸드폰, 이어폰을 집어넣고 카드지갑은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는다. 원래 가방을 잘 챙겨 다니지 않는데, 소중한 사람이 미리 생일 선물로 준 가방이어서 요즘 늘 챙겨 다닌다. 사선으로 메면 손이 자유로워서 좋다. 그렇게 하고 집을 나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우리 동의 뒤로 난 단지 출입구를 빠져나간다. 좁은 보도를 지나 건널목을 건너면맞은편 단지의 정문이 나온다. 그곳을 스쳐지나 정류장에 가니, 곧 버스가 온단다.
작은 버스가 텅텅 비었다. 멋진 모자를 쓴 머리칼이 하이얀 기사님 바로 뒤에 앉았다. 역까지 가는 길, 그 누구도 내리지 않아서 버스는 아주 쌩쌩 달린다. 인생길도 이렇게 막히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했더니 웃음이 났다.
역에 도착하니 웬걸, 평소 50분 전철 앞의 40분 차를 탈까 했더니 차가 아주 빨리 달려주어서 그보다도 빠른 7시 32분 전철을 여유롭게 탔다. 눈 깜짝할 새 도착했다. 사람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마음도 너그러워진다. 내리는 나보다 전철에 올라타는 승객이 먼저 몸을 들이밀었는데, 오늘은 속으로 욕 안 했다.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몇 번의 새치기를 당해도 평온한 마음으로 건널목에 다다랐더니 바로 신호가 바뀌어 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길을 건너자마자 보이는 노란색 카페를 보며, 시원한 아이스 라테 생각을 한다. 현재 기온 영하 4도. 얼죽아가 여기 있다. 물론 생각만 할 뿐 출근 때든 퇴근 때든 아이스 라테를 손에 드는 일은 없지만.
오늘은 역에서부터 발걸음을 세 보았다. 병원 입구까지 100걸음이 채 되지 않는다. 키도 작고 보폭도 좁아서 남들보다 훨씬 걸음 수가 많은 것 같다.
오늘따라 무거운 유리문을 누군가가 열어두었다. 샤샤샥 몸만 넣으면 되니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게다가 엘리베이터도 6층에 있어서 금방 내려왔다.
병원 인공신장실 문을 열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탈의실로 들어간다. 소지품과 외투를 얌전히 걸어두고 사물함 문을 잠근다. 사우나 탈의실에서 쓸 법한 사물함이라 들어올 때마다 우습다. 문을 잠그고, 빨간 사우나 열쇠와 핸드폰을 가지고 입구 왼쪽에 자리한 여자 신발장을 연다. 여기 오기 시작하던 때부터 왼손 골절 상태여서 그런지 늘 습관처럼 오른손으로 신발장 오른쪽 문을 연다. 그리고 제일 아래에 있는 실내화를 발로 꺼내고, 내 신발도 발등을 걸어 넣어둔다.
7시 32분 열차를 타고 온 아침이 너무 상쾌해서, 앞으로는 늘 이 시간에 맞춰 와 봐야겠다 생각하며 오늘의 치료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