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꼰대가 되지 않을 테야

by 이정연


지난번 부장님과의 결혼 에피소드를 들으신 우리 브런치 친구들께서 '당신네 부장은 꼰대'라고들 하시기에, 오늘 꼰대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싶어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뭔 일이 있었으니 꼰대를 검색해봤겠다고요??

맞아요!! 오늘도 부장님이 저에게 꼰대 짓을 했거든요. 제 브런치 글감을 주고 싶어서 아주 몸이 달았나 봐요.


제가 대충 여기저기서 검색한 걸 취합해보니 꼰대의 정의가 그거더군요. '자신의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고 상대에게 강요하는 사람.' 이 정의대로 오늘도 부장님은 몸소 실천하셨습니다.




오늘도 상큼하게 아침부터 결혼 얘기를 꺼내는 부장님.

"S 씨 1월 20일에 결혼한대요. 정연씨도 남자 친구 있잖아~ 서로 결혼 얘기 안 해요?"


S 씨는 저보다 서너 살 아래의 여직원입니다. 나이를 확실하게 아는 것은 아닙니다. 저보다 늦게 입사했는데, 인사를 담당하는 K부장님 하고 친하다 보니 간략하게만 들었습니다. 전공과 경력만 대략적으로 알 뿐, 서로 인사만 몇 번 나누었고 업무적으로 부딪힐 일은 없습니다. 서로 근무하는 날이 겹치지 않으니까요.

2년 전 겨울엔가 S 씨가 매우 매우 아파서 일주일 간 결근을 했습니다. 당장 누군가가 업무처리를 해야만 했기에, 제가 S 씨를 대신해서 업무처리를 다 해주었습니다. 덕분에 그 해의 생일은 회사에서 쓸쓸하고도 바쁘게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 복귀한 S 씨는 향기로운 핸드크림과 감사편지를 제 서랍에 넣어놓았습니다.

어차피 나는 정당하게 월급과 수당 받고 일한 것뿐인데, 그렇게 마음 쓰는 것이 퍽 고마웠습니다. (물론 출근을 너무 많이 해서 토할 뻔 하긴 했지만요. 휴일 없이 무려 열흘을 출근했거든요. 병원 가는 시간에는 일이 있다고 하고 점심식사 지나서 출근하고요. 회사에서는 제가 아픈 걸 모릅니다.) 그렇다고 결혼식에 갈 사이는 아닙니다. 그러니 굳이 꼰대 부장님은 나에게 S 씨의 결혼식 날짜를 얘기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실은... 제가 결혼에 관심이 없어서요."


그래도 결혼은 해야 하는 것이고, 남자 친구는 결혼하고 싶어 할 텐데... ㅋㅅㅈㄹ노툖쥬너애 ㅁㄱㄱㅇㅇㄱ(대략 헛소리라는 뜻입니다.)


"네, 남자 친구도 결혼에 관심이 없고요.

저는 부모님도 결혼하지 말라고 하셔서요.

제 주변에 모두들 결혼을 추천하지 않고요.

전 일단 결혼하려면 집값 반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능력이 안됩니다. 결혼은 동등한 위치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그게 안될 거면 아예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일부러 세게 말했습니다.)


저 혼자 떠들어댄 것이 아니고요, 부장님이 하도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여서 제 답변만 추렸습니다. 제가 자꾸만 비혼의 입장에서 반박하니까 부장님도 오기가 생겼는지 수긍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도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면 그만 닥쳐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도 꼰대 부장은 말을 이어갑니다.


"그렇지. 정연씨 말도 맞지만, 능력 되는 사람이 집도 마련하고 그러는 거죠. 이 뭐가 문제야.

우리는 너무 사랑해서 결혼이 하고 싶어 난리였는데. 우리 아내랑 나는 쥐뿔도 없었지만 사랑으로 다 극복했어요. 이제는 아들 걱정 없이 우리 둘만 잘 살면 되니까 너무 좋아요.

남들이 결혼생활 불행하니 뭐니 말해도, 나를 봐요. 그리고 나처럼 행복한 결혼 생활하는 사람도 정말 많아요, 둘러보면~ 진짜 결혼은 해야 해."




전 결혼을 혐오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주변에 행복한 부부들도 있습니다. 다만 결혼을 하기 위한 과정을 견디지 못할 사람입니다. 결혼을 위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입니다.


혹여나 누군가와 결혼고자 하면 드라마에서처럼 물세례 받을 각오는 해야겠지요. 여차하면 뺨 정도는 맞을지도 모르고요. 제가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너무 많은 결혼 반대를 겪어봤거든요. 여주인공들 다들 얼마나 예쁘고 똑똑한가요. 그런데 집이 가난해서, 학벌이 모자라서, 혹은 내 아들의 조건에 비해 부족해서. 여러 이유로 반대를 당하죠. 저는 다른 무엇도 아닌 제 자신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아픈 일은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일도 아니고, 죄는 더더욱 아니지만, 적어도 아들을 둔 부모님에게 저는 죄인이 되겠죠. 저는 아직 물세례를 맞을 준비도, 뺨을 맞을 준비도, 죄인이 되어 살아갈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아요.


꼰대 부장님이 말했습니다.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사람이자, 가장 큰 내 편'이라고요. 부럽습니다.

저라고 왜 낭만과 사랑을 모르겠습니까.

아마 물세례 맞아도, 뺨을 맞아도, 죄인이 되어도 괜찮을 사랑이 나타난다면 얘기가 어찌 될지 모르죠.

"나를 위해 물세례도, 뺨 맞는 일도, 죄인 취급도 다 견뎌주렴. 내가 곁에 있을게. 네가 아니면 난 죽을지도 몰라." 만약 공유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저는 기꺼이 그 모든 걸 해낼 사람입니다. 하지만 세상에 결혼이라는 길만 있는 것도, 그 길로만 가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둘이 되어 행복한 사람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라 했습니다. 전 아직 혼자서 행복한 방법도 찾지 못했을 만큼 미숙하거든요. 일단 혼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은 다음에 공유 씨를 만나면, 그때는 생각해봐야겠지요. 나는 죄인인가. 크하하하하하.







부장님, 사람들이 부장님더러 꼰대래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를 나눠보니 정말로 부장님은 구제불능의 꼰대가 맞는 거 같아요.


지난주 대화도 그렇고, 지금껏 부장님과의 대화에서 상처 많이 받았습니다. 곧 노산이 되지 않느냐며 결혼이 안되면 출산부터라도 하라고 했던 말도 분 더럽게 나빴어요. 내가 그때 남자 친구 없다 했잖아요. 당신이 참견할까 봐 없다 했었어, 실은. 근데도 꼰부 당신은 날더러 애를 낳으라더라? 정자은행을 이용하란 의미였나요?

당신 아들이나 그 좋은 결혼 많이 시키시고 귀한 남의 집 딸한테는 신경 꺼. 그리고 앞으로 며느리 생겨도 제발 나한테 하듯 꼰대 짓은 하지 마요.


나는 7살 어린 절친과 대화할 때도 내가 맞다고 주장하지 않아요. 그 친구의 의견을 듣고 배울 것은 배우고, 맞는 것은 받아들이고요. 때로 충고와 조언도 얻습니다. 앞으로도 나는 이렇게 살 거예요.

절대로 당신 같은 꼰대는 되지 않을 테야!

그리고 오늘은 상사라서 표정관리는 해 가면서 말로만 이기려했지만, 앞으로 한 번 더 그러면 아주 호랑이 같은 내 얼굴을 보게 될 겁니다.




커버 사진 출; www.pinter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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