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여름날의 호떡집일지도 모를 나의 인생.

by 이정연




언제나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은 비교입니다. 저는 남과 자신을 비교하기를 즐겨하고, 잘합니다. 비교하는 순간, 얼마나 힘들고 불행한지 말씀드리지 않아도 다들 잘 아시겠지요?


올해 유난히도 제 주변의 동료들이 책 출간을 많이 하셨습니다. 진심으로 기뻤습니다. 축하도 드렸지요. 하지만 제 자신과 비교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직 저는 어딘가에 투고를 해 본 일도 없고, 책을 출간할만한 준비도 전혀 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의 준비조차도 되어 있지 않지요. 그런데도 다른 분들의 빛나는 새 책이 제 자신과 비교되어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무척 부러움과 동시에 돌아서면 그렇게 스스로의 초라함이 입안을 씁쓸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타인의 일상적 행복을 보면서도 늘 부러움이 앞섰습니다. 나는 그들의 하이라이트만 보고 있음에도, 저들은 어떻게 저렇게 어려움 없이, 행복하게 잘 살아가는 것일까. 나는 무슨 죄를 이리도 지었길래 병든 몸으로 아등바등 살아야 하지? 그런 못난 생각에 빠져 살았습니다.


스스로의 초라함을 토로했더니, 소중한 사람이 충고해주었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지금 책을 출간하는 일은 제가 지극히 원하는 일도, 제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 먼저 해야 하는 일을 어깨에 진 내가 초라해질 필요가 없었습니다.

올해 가을에 투석하는 병원을 옮겼습니다.

언제부턴가 투석이 끝나면 온 몸에서 기력이 빠져나간 듯해서, 동네 전철역에 도착하면 플랫폼에서 계단으로 오르지 못하고, 반드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새파랗게 어린것이 어르신들을 제치고 엘리베이터를 탈 수는 없어서, 늘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다렸다가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그랬던 제가 병원을 옮긴 이후로는 늘 계단을 씩씩하게 오릅니다. 전에는 계단을 오르는 날이 특별한 날이었다면, 요즘은 계단을 오르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MRI도 찍어보고, MRA도 찍어보았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팔목도 똑 부러져 보았습니다. 역시 우당탕탕 쉽지 않은 한 해였지만 십 년 만에 투석하는 팔에 시술을 해두어서, 공처럼 톡 올라와 있었던 피 주머니의 크기가 줄어들었습니다. 이식 검사에서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아서 마음을 놓았습니다.


아픈 일이 늘어나, 겁도 많아졌지만 이만하면 올해도 잘 보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텅 빈 집에 혼자 남아 외로웠습니다. 사랑스러운 아들을 가진, 가장 친한 친구 진진과 통화를 했습니다. 진진은 또 나를 단단하게 세워주었습니다. 나에 대한 칭찬이 늘어집니다. '내가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었나?' 늘 진진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진진과 같은 친구분들이 이곳 브런치에도 많이 계십니다.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용기를 내서 댓글로 저에게 말을 건네주시는 분들 모두가 저에게는 진진과 같은 친구들입니다. '내가 이렇게 괜찮은 사람이었나?' 생각하게 해 주시거든요.




구독자가 많은 분들을 보면서 부러워했습니다. 라이킷 수가 엄청나고, 댓글이 어마 무시하게 달리는 분들을 보며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브런치 연말 결산 결과를 받아 들고 보니, 저는 누적 뷰는 대단치 않지만, 소중한 구독자 분들이 계셨고 읽어주는 분들이 눌러주신 '채워진 하트'가 생각보다 훨씬 많이 모여있었습니다.



진진과 대화를 나눌 때 진진이 말했습니다. 언제나 남과 비교하는 정연이가 마음 아팠다고요. 정연이는 그 자체로도 충분한데,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데 자꾸 비교하면서 스스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 안타깝기도 했다고요.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장터를 열지 않지만, 제가 사는 아파트 단지는 화요일마다 화요장터가 열려요. 그리고 그곳에는 사계절 호떡을 굽는 사장님이 계십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정말 여름에도 뜨거운 기름에 지글지글 호떡을 튀기듯 굽고 계셔요. 사장님을 몇 번의 계절 동안 지켜보며 저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여름에야 호떡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조금만 날이 차가워지면 호떡집 앞은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어요. 지난겨울이 떠오릅니다. 엄청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서 다른 가게들은 다 파했는데, 호떡집은 손님이 너무 많아서 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있었어요.


어쩌면 지금 나의 인생은 여름날의 호떡집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고 기온이 뚝 떨어지면 사람들은 호떡집 앞에 줄을 길게 서 겠지요. 모두 내가 굽는 호떡이 익기를 기다리며 환하게 웃고 있을 거예요. 그렇게, 나의 계절이 올 겁니다.


지금 스스로가 조금 초라한 것 같다면, 삶이 힘겹다면 우리 이렇게 생각해요. 지금의 나는 여름날의 호떡집이다. 그러나 곧, 나의 계절이 온다. 나의 인생도 추운 계절의 호떡집이 될 날이 올 것이다.


정연에게도, 진진에게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우리 모두에게 '나의 계절'이 올 거예요. 저는 믿어요. 아직 때가 오지 않았을 뿐이에요.






2021년 한 해 동안도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고, 늘 마음을 보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로운 해에도 잘 부탁드려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새해가 되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년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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