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무너지는 밤

by 이정연


밤의 안압지에 가고 싶어요

낮의 성안길에 가고 싶어요

봄의 우암사적공원에 가고 싶어요

단 하나의 단서가 있다면,

손을 마주 잡아야 해요.


아니

이제 아무 곳에도 가고 싶지 않아요

그 어떤 감정도 고통도 없기만 바라는 밤

나는 레테의 강을 건너고 싶어요


모든 바람들이 바람처럼 흩어지는 순간,

다시는 쓰지 않으려 한 시를 쓴다.


나의 우주에 나만 있기를 바라는 밤,

이 우주에서 차라리 나마저 사라지기를 바라는 밤.

모두가 송곳 같이 나를 찌르는 밤,

그래서 기어이 울고야 마는 밤.


다른 우주의 나는,

건강하기를.

다른 우주의 나는,

행복하기를.

다른 우주의 나는,

사랑받기를.


이제 이 생에서는 통하지 않는 기도를

멀리멀리 다른 차원의 내게로 보낸다.